[과학] 선글라스 렌즈 색, 자외선 차단과 상관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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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색이 진한 선글라스일수록 자외선을 잘 차단할까.

그렇지 않다. 멋 모르고 색이 들어간 안경이면 무조건 자외선이 차단되는 줄 알고 사용하다가는 되레 눈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안경에 색이 들어가 있으면 동공이 넓어져 자외선 차단 기능이 별도로 없을 경우 자외선이 더 많이 눈을 파고든다. 선글라스의 색과 자외선 차단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색깔을 내는 염료는 자외선을 차단하지 못한다. 자외선 차단과 선글라스 기능을 겸하기 위해서는 꼭 자외선 차단 여부를 확인한 뒤 구입해야 한다.

자외선은 자연계에서 살균작용을 하기도 하고, 인체에서는 비타민D를 합성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많이 쏘일 경우 피부에 주근깨.각질을 만들거나 발갛게 붓게 한다. 또 피부의 DNA를 파괴해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눈에도 좋지 않다. 백내장을 촉진하거나 망막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적당하면 약이 되지만 넘치면 독이 되는 게 자외선이다.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자 자외선의 계절로, 연중 자외선이 가장 강하게 쏟아져 내린다. 그 어느 때보다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자외선 차단용 선크림과 선글라스들은 어떻게 자외선을 차단할까.

선글라스를 보자. 상당수의 선글라스는 렌즈 제조 때 유기물로 만든 자외선 흡수제를 렌즈 재료와 섞는다. 그런 뒤 렌즈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렌즈에 자외선 흡수제가 스며들도록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는 마치 손톱에 봉숭아 물이 들 듯 한다. 보통 코팅은 안경을 닦으면 서서히 닳아 없어지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자외선 흡수제를 사용한 선글라스에 자외선이 들어오면 흡수제와 맞닥뜨린다. 흡수제는 자외선을 받으면 화학작용이 일어나 자외선을 열이나 분자가 움직이는 운동에너지로 전환한다. 일부는 부딪칠 때 흩어져 버리기도 한다.

경희의료원 안과 박인기 교수는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율이 70% 이상이고, 코팅렌즈의 농도는 70~80%인 것이 적당하다"며 "라식 수술 등을 한 사람은 6개월 이상 자외선 차단이 필수"라고 말했다.

선크림에는 선글라스와 마찬가지로 자외선 흡수제가 들어가 있거나 차단제가 들어 있다. 흡수제는 선글라스와 비슷하게 작용을 한다. 차단제의 경우 이산화티타늄이나 산화아연과 같은 물질의 분말을 아주 작게 만들어 크림에 버무려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선크림은 차단제로 사용한 물질들이 빛을 산란시키는 특징이 뛰어나다. 보통 자외선 파장보다 분말의 알갱이를 크게 하여 자외선이 흩어져 반사되게 한다.

선크림을 바른 뒤 그늘 같은 곳에 들어갈 때 간혹 형광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자외선 흡수제가 다른 파장으로 자외선을 전환시켜 방출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태평양 스킨캐어연구팀 신홍주 선임연구원은 "선크림에 들어 있는 자외선 차단용 물질은 굴절률 또는 흡수율이 높은 것을 사용한다"며 "첨가제의 농도를 조절해 자외선 차단 성능을 원하는 수준으로 맞춘다"고 말했다. 즉 10분이면 피부가 까맣게 타는 선크림과 그 시간이 50분 걸리는 선크림이 있다면 뒤에 것에 자외선 차단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

자외선은 지표면에서 반사되기 때문에 반사량이 많은 곳에서는 자외선의 영향을 더 받는다. 반사율은 수면 5~10%, 진흙 5~8%, 시멘트 8~11%, 아스팔트 4~11% 등이다. 풀밭은 1%, 소나무 숲은 1~2% 정도로 낮다. 자외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과 함께 흰색의 옷을 입는 게 좋다. 검은색 옷은 자외선 반사는 조금하고, 흡수를 많이 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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