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전시] 단순·간결·순수 북유럽 장인의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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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황금시대 :1945~70
9월 30일까지 서울 청담동 서미&투스 갤러리 02-511-7305

몸에 착 감긴다. 엉덩이가 일어나기 싫어한다. 목욕물에 푹 잠기는 기분이다. 앉아만 있어도 잠이 온다. 불면환자용 특수 옷 얘기가 아니다. 의자가 이렇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능성으로 본다면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의자와 탁자와 책상은 두말할 필요 없이 완벽하다. 팔걸이의 곡선이나 의자 다리 형태는 말 그대로 예술이니 미감 또한 놓치지 않았다. 거실이나 서재처럼 꾸며놓은 전시장 이곳저곳을 거닐며 앉고 쓸어보는 시간이 행복하다. 가구 디자인이야말로 우리 삶과 가장 밀착한 미술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온다. 서미&투스 갤러리가 가구.장신구.그릇 등 생활 속에 살아있는 미술을 제안하는 까닭이다.

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은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25년 동안 세계 디자인 역사에 빛나는 황금기를 보냈다. 북유럽 4개 나라의 장인이 만든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하고 감각적 디자인은 유럽과 미국의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단순.간결.순수의 이미지로 일상의 나날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 철학은 누구나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디자인 민주화와도 통한다. 이번에 한국에 온 가구와 조명과 유리 제품은 덴마크의 핀 율 등 1950년대와 60년대에 위대한 디자이너 스무 명이 만든 70점의 빈티지(제작연도에 생산된 완성도와 성숙도 높은 제품)다. 집안 분위기를 예술적으로 만들어주면서 쓰임새도 많은 데다 대물려 가족이 즐기다가 좋은 값에 팔 수도 있다. 해묵은 예술 가구는 과학이면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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