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100대 드라마 ①정치] 8. 노무현 대통령 집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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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영 성균관대학교 정치학 교수

▶ 2002년 12월 19일 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中)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정대철 선대위원장과 손을 들고 활짝 웃고있다. <중앙포토>

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제언
“건국·산업화·민주화 이룬 전임자들 업적을 인정하라”

노무현 정권은 선진화 달성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국가건설과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발전해 왔으며 현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병행 발전시키면서 각각을 고도화하는 선진화 단계에 있다. 건국·부국·민주화라는 과제는 동시에 추구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승만·박정희 그리고 양김씨(김영삼·김대중)는 각각 하나의 과제를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선진화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선진화는 낡은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을 의미한다.
그런데 노 정권은 선진화를 새 패러다임의 창출보다는 과거 패러다임의 파괴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점은 기존 패러다임을 분단국가 건설, 민주주의 없는 산업화, 불순물(3당합당이나 DJP연합)이 섞인 민주화로 평가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노 대통령은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은데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진화에 대한 이런 잘못된 이해 때문에 이 정권은 결국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아니라 ‘구시대의 막내 노릇’이나 하게 되었고 밥 짓는 정권이 되지 못하고 설거지 정권이 되고 말았다.

건국·부국·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를 남북관계와 관련시켜 생각해볼 수도 있다. 건국과 부국은 남북 간의 냉전적 대결구조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선 건국 후 통일’(이승만)이나 ‘선 성장 후 통일’(박정희) 식의 2단계 통일론으로 나타났다. 민주화는 전세계적인 탈냉전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북핵문제가 터짐으로써 한반도에서는 냉전적 긴장구조가 지속되었고 평화정착이 과제로 부과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태우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이끌어 냈다.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모험은 계속되었고 그것은 김영삼 정권 하에서 북·미 제네바합의로 일단 봉합되었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과 정상회담은 이러한 봉합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2년 말 제2차 북핵 위기가 터져 한반도의 평화가 다시 위태로워졌고 노무현 정권은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노 정권은 먼저 과거 정권의 공헌들을 인정해야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햇볕정책과 김대중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권은 하나의 거인이 아니라 복수의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있다.

김일영 성균관대학교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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