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철수, 제네시스를 '파란 카니발'로 바꾼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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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구입한 파란색 카니발이 국회 본청 앞에 세워져 있다. 올해 중순 출시된 신형 카니발로 11인승 2200cc급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 주 파란색 신형 카니발(사진)을 구입했다. 최대 11명이 탈 수 있는 승합차량이다. 안 의원은 그동안 검정색 제네시스 승용차를 이용했었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본지 통화에서 "검정색 대형 승용차가 권위적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많아 차량을 교체했다"며 "기존에 타던 제네시스는 이동할 때 차 안에서 의원과 보좌진 간 회의가 불가능한 점도 교체 이유였다"고 말했다. "몇 달 전에 주문을 했는데 주문이 밀려 인도가 늦어진 것"이라고도 했다.

안 의원이 차량을 교체한 또 다른 이유는 향후 '민생 행보'를 위해서라고 한다. 최근 자신의 정치 인생 2년에 대한 복기(復棋)를 끝마친 안 의원은 기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는 등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불편한 관계였던 일부 친노계(친 노무현) 의원들과의 만남도 갖고 있다.

이달 말쯤부터는 본격적으로 '안철수식 정치'에도 시동을 걸 계획이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안 의원이 정계 입문 이후 '안철수의 정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부터 안 의원의 장점을 살려 그만의 정치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안철수식 정치'의 핵심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가 아닌 정책적으로 대안을 만드는 정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지역구(노원구) 내 소외 지역 방문 ▷전문가와의 주제별 좌담회 ▷전국 각지의 민생 현장 방문 등을 준비 중이다.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인 '일일 체험'은 하지 않기로 일찌감치 확정했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체험 삶의 현장처럼' 잠깐 경험하는 쇼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며 "안 의원은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의 두 번째 카니발=당초 파란색 카니발은 안 의원의 상징이었다. 그는 2012년 정치 입문 이후 줄곧 파란색 카니발을 이용했다. 한 번에 여럿이 움직일 수 있고, 좌석이 넓어 장거리 이동에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안 의원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새 정치'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강조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하지만 승합차의 좌석 수를 줄이고 의전용 시트를 장착하는 등 불법개조를 했다는 본지 보도(2013년 7월 8일자 8면) 이후 안 의원은 해당 차량을 즉각 처분해야만 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승용차인 9인승 카니발의 시트를 개조하려면 자치단체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합차인 11인승 카니발의 시트를 바꾸는 건 어떠한 경우에도 허가 받을 수 없다. 승합차에서 승용차(10인승 이하)로 자동차의 성격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보좌진이 법을 잘 몰라 그랬던 것"이라며 "이번엔 출고 상태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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