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김치의 비밀은 유산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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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꼽히는 김치는 맛과 영양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식품이다. 김치의 맛과 영양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김치 안에 살아 있는 ‘유산균’ 때문이다. 유산균은 김치의 아삭함과 톡 쏘는 맛을 책임진다. 또 체내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는다.

익은 김치 1g당 유산균 1억~10억 마리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김치 유산균이 면역 과민반응에 의한 피부 상태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 김치 유산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산균은 김치를 담근 직후 1g당 1만~10만 마리가 생성되고, 김치가 완전히 익었을 무렵에는 1g당 1억~10억 마리까지 증가한다. 조리 과정과 보관 방법에 따라 유산균 수는 감소하거나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맛과 영양을 더해주는 김치 유산균을 증가시키기 위한 조리 과정과 보관 방법을 기억해야 한다.
 김치의 발효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다듬은 배추를 반으로 가른 후 소금을 뿌리거나 소금물에 15시간 이상 절이는데, 이는 유산균이 생육하는 데 적합한 환경이 된다. 따라서 배추를 절일 때 배추 속까지 골고루 절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금에 절여지지 않은 부분은 소금에 충분히 절여진 부분보다 유산균 수가 비교적 적다. 골고루 소금에 절이기 위해 폭이 넓고 두꺼운 투명 비닐을 이용하면 좋다. 물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고무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배추를 차곡차곡 넣어준다. 배추에 소금을 고루 뿌려준 뒤 나머지 한쪽을 묶어주면 끝난다. 욕조나 베란다에 눕혀 두고 일정 시간 뒤에 뒤집어주면 배추가 골고루 절여진다.

김칫소 넣을 때까지 낮은 온도 유지를
 김치를 담글 때 온도도 중요하다. 온도에 따라 생성되는 유산균 종류가 달라 김치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고온에서 오래 보관한 김치는 신맛을 내는 락토바실러스균이 증가한다. 저온에서 오랫동안 보관한 김치는 아삭하고 신맛을 내는 유산균인 류코노스톡균을 함유한다. 따라서 시큼하지 않고 시원한 김치 맛을 오래 내기 위해서는 저온 유지가 중요하다.
 온도는 배추를 절일 때부터 신경써야 한다. 절임부터 김칫소를 넣는 단계까지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김치를 담그길 권한다. 가정에서 배추를 절일 때는 습하고 온도가 높은 욕실보다 베란다나 창고 등 온도가 낮고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이 좋다.
 김치는 담그는 것 못지 않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관할 때는 한꺼번에 큰 단지에 넣어두는 것보다 나눠 보관하고 뚜껑을 자주 열지 않아야 한다. 일정한 저온을 유지하고 외부 공기로 인해 유산균이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장기간 김치를 보관할 때는 김치가 국물에 잘 잠기도록 꾹꾹 눌러줘야 한다. 국물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랩이나 위생비닐 등으로 김치 표면을 덮어준다. 그래야 김치가 외부 공기와 차단돼 맛이 오래 유지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 도움말="세계김치연구소" 이미애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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