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스케이프 "야후나 구글처럼 포털 변신했었더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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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넷스케이프는 야후나 구글이 됐어야 했다."

1994년 설립 후 인터넷 웹브라우저 내비게이터로 시장을 완전 장악했던 넷스케이프사는 왜 시장에서 도태됐을까.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17일자에서 넷스케이프사가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지 10년을 맞아 이 회사의 실패담을 당시 회사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소개했다.

흔히 넷스케이프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쇠락을 길을 걷기 시작해 99년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넷스케이프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짐 박스데일은 "우리는 일반인들이 쓸 수 있는 인터넷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처럼 됐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야후나 구글 같은 인터넷 포털.검색사이트를 겨냥해 웹 브라우저에서 이 같은 기능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사업기회를 만들어 내야 했다는 지적이다.

넷스케이프사의 프로그램 개발자였던 대니 세이더는 "인터넷으로 다양한 사업이 가능했지만 넷스케이프는 자신을 소프트웨어 회사라고만 규정하고 만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때 넷스케이프는 자사 홈페이지에 야후의 검색기능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넷스케이프 홈페이지에 접속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넷스케이프 자체 내에 검색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MS를 불필요하게 자극했고 지나친 경쟁에 몰입한 것도 실책으로 지적됐다. 넷스케이프의 개발자인 마크 앤드리센 부사장은 "윈도 운영체제는 단순한 구동장치일 뿐"이라고 말하는 등 MS를 줄기차게 조롱했다. 당시 MS는 앤드리센의 말을 회사 곳곳에 붙여 놓고 사력을 다해 전의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MS와 경쟁한다고 대놓고 떠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기엔 우린 젊었다. MS가 대응에 나서자 우리는 고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MS와 경쟁하는 데 급급했다." (넷스케이프의 퇴직직원 제프 트로하프트)

짐 클라크 전 회장은 "언론이 앤드리센을 다윗에, MS를 골리앗에 비유했다. 그가 MS에 맞설수록 MS는 더욱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했다"며 "인터넷이 발전해도 브라우저가 운영체제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실수였다"고 회고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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