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지 않는 예대금리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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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금리가 평균 2%대까지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에서 얻는 수익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또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예금금리는 2003년 마이너스로 들어선 이후 손해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예금금리가 1998년 이후 7년째 하락세를 지속해 올 1분기에는 2.94%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예금금리가 이처럼 급락하고 있지만 대출금리의 하락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뎌 은행이 얻는 예대금리 차는 지난해 3.74%포인트나 됐다. 예대금리 차는 올 들어 은행들의 대출 경쟁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2000년에 비해선 여전히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은행 평균 예금금리(3.24%)를 기준으로 연간 1억원을 은행에 맡겼다가 1년이 지난 뒤 되찾은 경우를 따져보면 실질적으론 89만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얼마 되지 않은 이자에서 이자소득세(16.5%)를 빼고 지난해 물가상승률(3.6%)을 감안하면 예금 1억원의 1년 후 실제 가치는 9911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외환위기가 닥친 직후인 98년에는 예금금리가 10.37%에 달해 1년간 1억원을 예금하면 이자소득세(22%)를 제하고 물가상승률(7.5%)을 감안해도 손에 쥐는 실질이자가 59만원에 달했다. 개인과 달리 은행들은 저금리가 지속돼도 예대금리 차를 확대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은행이 예금금리를 크게 인하하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소폭 떨어뜨리면서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대출금리 결정 과정에서 신용도를 차등화해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겐 대출금리를 높게 받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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