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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국내선 81편 18일 무더기 결항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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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17일 정오 전면 파업함에 따라 김포발 광주행 비행기 등 항공기 네 편이 이날 운항되지 못했다. 아시아나 측은 파업이 계속될 경우 18일 국내선 168편 중 81편이 결항되고 화물기도 7대 중 4대가 운항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17일 운항 나갈 조종사들의 모자와 가방이 김포공항 승무원 대기실 입구에 나란히 놓여 있다. 박종근 기자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가 끝내 무기한 파업이란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어 항공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17일 "노조가 판단한 13개 핵심 쟁점 등 78개 미합의 사항에 대해 16일 밤까지 사측과 협상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이날 낮 12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17일 오후 2시15분 런던행 OZ 593편 화물기가 결항됐다. 이로 인해 LCD.PDP 등 80t의 전자제품 수출에 차질을 빚었다. 또 오후 3시 김포에서 광주로 가는 OZ 8705편에 탑승할 예정이던 승객 17명과 이 비행기로 광주에서 서울로 오려던 승객 90명 등 107명이 공항에서 발길을 돌리는 등 이날 하루 동안 4편의 항공기가 운항되지 못했다.

아시아나 측은 "파업 이틀째인 18일에는 국제선은 정상 운항되지만 국내선은 168편 중 81편이 결항되고, 화물기도 7편 중 4편이 운항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업이 19일까지 이어질 경우에는 국내선은 제주노선을 제외한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고, 국제선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행기를 타려고 김포공항에 나온 김모씨는 "휴가를 망쳤다. 여름철 성수기 파업은 승객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 노조의 무리한 요구=사측은 "노조가 회사 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안전운항에 배치되거나 인사.경영권과 관련된 것까지 요구해서 협상을 진척시킬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노조는 비행 전에 혈중 알코올 농도와 약물복용 검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현재는 비행 직전과 직후에 특정편을 지정해 무작위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조종간을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운항의 시금석을 놓고자 한다'는 노조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구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영어자격시험(토익 630점 이상) 조건을 폐지하고 비행사고로 징계받은 조종사의 자격을 원상복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사.경영권과 관련해서도 노조는 ▶노조간부를 징계할 때는 노사가 합의하고▶조종사의 승격.기종전환.징계 등 모든 인사 관련 사항을 논의하는 핵심위원회인 '자격심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에 의결권까지 부여하며▶외국인 조종사 채용을 동결하고 채용 때는 노사가 합의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사측의 안이한 자세=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공언한 15일 오전까지만 해도 "설마 파업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따가운 여론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래서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아시아나 측이 '노조의 주장은 무작정 들어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예컨대 '비행임무 수행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을 비행시간으로 인정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대한항공이 2001년부터 적용하고 있는 사안이다. 사측은 "교대를 위해 승객석에 타고 가는 조종사는 승객 자격"이라며 거부했다. '휴무일 연간 120일' 요구안도 대한항공은 "외국을 오갈 때 시차적응 기간이 모자라면 안전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미 실시하고 있다.

사측은 당초 "외국인 조종사와 비조합원을 투입하면 이틀 정도는 (운항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파업 첫날부터 결항 사태가 빚어졌다. 이렇게 되자 사측은 즉각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부터 놨다. 그러면서 "18일부터 운항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화물기 결항' 산업 피해
반도체·휴대폰 등 수출 차질
오래 끌면 해외 신뢰도 하락

수출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파업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17일 국제선 화물기 한 편이 결항된 데 이어 18일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7편 중 4편이 결항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제품.섬유.의약품 등 항공편을 이용하는 수출입 화물을 주로 다루는 업계에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휴대전화.모니터.컴퓨터 부품.컬러TV.반도체 등의 항공화물 의존도가 높은 전자업계는 파업 장기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부피가 작지만 값은 비싼 물품이 많아 납기가 빠를 뿐더러 바이어들이 엄격해 사소한 차질도 향후 거래에 큰 타격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국제선 화물기 한 편의 결항으로 이미 LCD 모니터.PDP 등 전자제품 80t의 수송이 차질을 빚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수출입 물품 운송 기일을 조정하고, 대체 운송수단을 확보하는 방안 등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고급 패션의류, 농수산물, 정밀 기계부품 등을 다루는 업계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큰 혼란은 없겠지만 장기화할 경우엔 해외 바이어의 신뢰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일부 노선 결항이 불가피한 18일 25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손실액은 더 커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손두형 상무는 "직접 매출 감소도 문제지만, 파업 여파로 고객들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화물 노선 감소에 따라 장기 고객인 기업 고객이 이탈할 경우 항공사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윤창희.이철재 기자

비노조원 대부분 국제선·제주노선 투입

아시아나항공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외국인 조종사를 포함한 비노조원 310명 전원을 투입, 파업에 대비했다. 그런데도 3편이 결항됐다. 회사 측은 18일에는 아예 제주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선 운항을 포기하기로 했다.

화물기도 운항편수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국제선 위주로만 운항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나 측은 "19일부터는 대책이 안 선다"고 했다. 국제선 운항을 얼마나 줄여야할지 어림조차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826명. 이 중 조합원은 516명이고, 비조합원은 310명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조합원을 한꺼번에 투입해도 국제선의 경우 한 번 운항하면 며칠간 현지에 체류해야 해 파업이 2~3일만 지속돼도 파행운항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예약승객에 대해서는 다른 항공사 항공편과 연계해 수송하는 한편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토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기찬 기자

운항 여부 문의 ☎1588-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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