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 단합놀이와 한국고유의 건축기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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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문공부가 7일 문화재위원회 결의를 거쳐 신규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충남 당진 기지시 줄 달리기 와 대목장 은 오래 전부터 지정이 요망돼 온 향토민속놀이 및 전통기예의 하나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4백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나 지난해 국풍 81에 처음으로 향리를 떠난·외지 공연나들이를 했을 뿐 워낙 대규모 놀이여서 바깥출입을 거의 못해 온「향토 은둔」의 고유민속놀이다.
『대목장』은 궁궐·사찰·한옥 대저택 등 한국고유의 전통건축 양식을 재현하는 대목수의 기예를 보존키 위해 지정된 것으로 문화재관계자들은 현대건축에 밀려『조선 톱이 녹슬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한 한국 고유건축술의 전승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우선 놀이 인원만도 5천 여명이 동원되며 볏짚을 꼬아 만드는 줄의 길이가 2백m나 되는 대형의 민속놀이다.
줄의 무게는 40t, 둘레는 1·8m. 줄을 만드는 데는 2만 속의 볏짚이 들어가고 25명의 인원이20일 동안을 꼬아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줄의 총 제작비는 4백50만원 정도.
놀이는 4년마다 한번씩 오는 매 윤년(음력 3월 초순)에만 열린다. 윤년인 금년에도 지난 3월초 기지시 리에서 20여만 명의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3일동안 성대한 공연을 가졌다.『기지시 줄다리기』의 유래는 베를 짠 필 목을 마 전 하기 위해 양쪽에서 잡고 당기는 시늉을 모방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농경사회의 단합정신을 고취하려는데 놀이의 목적이 있다. 특히 이 놀이는 기지시의 지형이 풍수지리학장 지네형이어서 몸뚱이에 많은 발이 달린 지네모양의 줄을 만들어 양편으로 나누어 줄다리기를 함으로써 지기를 눌렀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기지시 줄다리기』의 이 같은 유래는 기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문헌상의 고증은 불가능하고 그 지방에 전해 오는 구전의 방식에 따른 것이다.
놀이의 구성은 우선 합덕∼당진 간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파 북의 두 패로 편을 갈라 각각「빙상」「수하」라는 팀 명을 붙인다. 팀의 정원은 없고 이 지역 거주자는 남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편을 짜고 나면 각 마을에서 짚단을 가지고 와 대형 동아줄을 만들고 다시 지네발 모양의 여러 개 곁 줄을 만들어 손으로 잡아당겨 놀이용 줄을 완성한다.
양편에서 각각 만든 암줄(북편) 과 수줄(남편)을 보리밭으로 운반, 두 줄을 연결시키고 통나무를 가운데 끼운다.
시합은 양편에서 선출된 두목이 지휘하고 신호에 따라 각 마을에서 응원 나온 농악대의 농악과 수많은 기치가 휘날리는 가운데 진행되고 줄을 많이 끌어간 쪽이 이기게 된다.
주민들은 놀이에서 암줄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믿는다.
줄의 제작에서부터 시합이 끝날 때까지의 금기사항은▲줄에 잿물을 떨어뜨리거나 바늘을 박으면 줄이 끊어진다▲여자가 줄을 넘어서는 안된 다는 것이다.
『기지시 줄다리기』놀이는 시합에 앞서 기지시리 동쪽 국수 봉에 있는 국수 당에서 당 제를 먼저 지내는 게 통례다.
『대목장』은 기둥·대들보·연목 등을 다루는 한국전통건축의 기예인데 전래적인 목수의 위계는 도변수·부변수·대목·목수·수습목수 등으로 구분돼 왔다.
조선조의 전통건축으로는 구한말의 경복궁재건이 가장 유명하다. 해방이후의 민간건축물로는 산정 서세옥 화백의 서울 성북동 자택(1976년)건축이 손꼽힌다.
이 한옥은 7일『대목장』인간문화재로 지정된 배희한씨가 맡아 지은 한국전통양식의 건축이다.
이규광씨가 관아·사찰건물을 건축한 반면 배희한씨는 주로 민간건축에 종사해 온 대목들이다.
이씨는 경복궁 재건의 대목이던 최원식도 편수의 수제자로 옛 관아건축의 기능보유자로는 현재 제1인자다.
배씨 역시 최원식의 제자로 이화여대 생활관(48년)등을 지었고 고집이 대단한 전통건축의 대목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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