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왼쪽 날개 긱스와 경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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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현기 기자] '스피드와 에너지를 가진 왼쪽 날개가 되어라' 한국인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내린 특명이다. 14일(한국시간) 박지성은 맨체스터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공식 입단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 동석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활발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말로 박지성이 뛰게 될 포지션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는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맨체스터의 붙박이 왼쪽 날개인 라이언 긱스(31)와 경쟁시키며, 뒤를 이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긱스는 지난 시즌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화려한 드리블과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패스 등의 횟수가 줄면서 다소 부진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 때문에 지난 시즌 막바지에는 퀸튼 포춘이 대신하기도 했으며 오른쪽 날개인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가 왼쪽에 위치한 적도 많았다. 따라서 퍼거슨 감독은 긱스와 박지성을 경쟁구도로 삼을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이 기술과 노련미는 떨어지지만 쉴새없이 움직이는 동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퍼거슨 감독에게 새로운 매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PSV에인트호벤에서 뛰던 오른쪽 측면을 주포지션으로 삼았고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하고 있다는 면은 박지성의 또다른 장점이다. 현재 맨체스터는 포춘이 6주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당했다. 20살의 키에른 리차드슨을 제외하면 왼쪽 측면에서 뛸 수 있는 긱스의 대체요원은 전무한 상황. 따라서 박지성이 긱스 혹은 호나우두의 교체 멤버로 출장해 짧은 시간에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다면 예상 외로 쉽게 주전자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는 박지성의 포지션. 상대는 만만치 않지만 이제껏 박지성이 이뤄왔던 결과물들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해도 좋다. 김현기 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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