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상 늘리고 상한 폐지하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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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기준시가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로 확대되고 종부세 대상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 증가율 상한선도 50%에서 100% 이상으로 높아지거나 아예 폐지될 전망이다.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하는 일정도 1년 정도 앞당겨져 내년에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 강남, 경기도 분당.과천 등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다주택자들은 주택 보유와 거래에 따른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확대되면 올해 기준시가 6억원 이상인 전국 8만7000여 가구의 소유자는 내년부터 종부세를 내야 한다. 특히 시세가 7억원 이상인 서울 강남권 30평형 이상 아파트 소유자는 대부분 종부세를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보유세 얼마나 늘어나나=보유세 부담 증가율 상한이 폐지되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일시에 크게 늘어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서울 D동의 기준시가 8억5000만원짜리 40평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은 지난해 보유세(재산세와 종합토지세)로 78만8000원을 냈으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50%(증가율 상한제) 많은 주택분 재산세 118만2000원을 내야 한다. 내년부터 종부세는 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재산세를 올해보다 57.8% 많은 186만5000원 납부해야 한다.

또 기준시가 16억원짜리 강남의 주상복합아파트(73평)를 보유한 사람은 지난해 306만원을 납부했고, 올해는 459만원(재산세 375만원, 종부세 84만원)을 내야 한다. 내년에 상한이 없어지면 550만원(재산세 375만원, 종부세 17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집값이 오르면 기준시가가 덩달아 오르므로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 고가.다주택 보유자 겨냥=정부는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데 세제개편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대상을 6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이를 부담해야 할 전국의 단독 및 공동주택 가구수는 2만2000여 가구에서 8만7000여 가구로 늘어난다. 올해 집값 상승으로 내년에 기준시가가 오르면 그 대상은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은 양도세 산정기준을 실거래가로 전면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07년 이후 시행하려던 모든 부동산에 대한 실거래가 기준 양도소득세 부과를 1년 이상 앞당겨 내년부터 당장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양도세 중과를 일정 기간 미룬다는 원칙에 당정이 공감하고 있다.

◆ 선량한 주택 보유자 피해 우려=전문가들은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안으로 서울 강남과 분당 등에 추가로 집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어느정도 억제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보유세 부담을 늘리면 서민 등 선량한 주택 보유자만 피해를 볼 뿐 정작 투기꾼은 이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옥무석 이화여대 교수는 "투기를 잡겠다는 것이 목표라면 투기자를 대상으로 포를 쏘면 되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투자심리 냉각 예상=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14일 서울 강남권과 분당.과천 등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세금이 예상보다 늘 것이라고 우려하는 집주인이 많았다.

특히 전년의 50%를 넘지 않도록 정한 종부세 부담 상한제를 없앨 수 있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렇게 될 경우 고가의 주택을 여러 채 가진 이들은 한 해에 수천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T공인 관계자는 "종부세를 가볍게 여기던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세금 증가액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말에 다소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권에 집 한 채를 가진 이들은 종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불만을 드러냈다. 과세 대상을 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에서 고가주택 기준인 6억원이나 7억~8억원 정도로 낮출 경우 강남.용산.분당 등의 중대형 아파트는 대부분 포함되기 때문이다. 분당 정자동 H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올라 저절로 고가주택 한 채를 갖게 된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용철 세무사는 "종부세 상한선을 없애면 세금이 아무리 많이 늘어도 모두 내야 해 부동산 부자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도세 강화 방침에 대해 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인 데다 시행 시기 등도 오락가락해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K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부담을 늘린다는 것은 수차례 나왔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시큰둥한 눈치"라고 전했다.

성종수.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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