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주니 돈은 더 걷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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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들어 미국에서 세금이 잘 걷히는 덕분에 재정적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경제가 꾸준히 회복세를 타면서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혀 올해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940억 달러 줄어든 3330억 달러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7%로, 전문가들은 이 정도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2월 2005 회계연도(2004년 10월~2005년 9월) 재정적자를 4270억 달러로 예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큰 폭의 재정적자 감소는 그동안 시행해 온 감세정책이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미국의 전체 세수 증가율은 15%에 이르며, 특히 법인세 증가율은 거의 40%에 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몇 차례의 감세조치를 통해 소득세.주식배당세.상속세 등을 크게 깎아줬다. 그러나 민주당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라크 전쟁으로 엄청난 재정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감세정책은 재정적자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정부에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재정적자는 412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대론자들은 부시의 감세정책이 부자들만의 배를 불리는 정책이라고도 비판했다.

백악관 경제팀은 그러나 감세→소비활동 활발→내수경기 회복→기업수익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들어설 것이라며 감세정책을 고수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정책효과를 믿고 지난해 11월 재선 캠페인 때에도 2009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2004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런데 올해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어들자 부시 경제팀은 의기양양해졌다. 백악관 예산실(OMB)은 현재 추산으로는 2009년도에는 재정적자가 1620억 달러(GDP의 1.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부시 대통령은 "나는 의회에 국민의 세금을 쓰는 데 좀 더 현명해지자고 말해 왔으며, 지금 우리 행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월의 실업률이 최근 4년간 가장 낮은 5.0%로 떨어진 것에 대해서도 무척 고무돼 있다고 백악관 측은 전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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