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국회의원, 사무처 직원들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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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아름다운 가게 나눔 바자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오른쪽)이 넥타이를 고르고 있다. 김형수 기자

"조금 더 싸게 안 돼요? 세 개째 사는 건데… "

"아이고 어쩌나, 내가 보태줘야 하나. 이건 제값을 받아야 하는 물건이에요."

시장터에서 나누는 대화가 아니다.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가 즉석 판매원으로 나선 '아름다운 나눔 바자'에서 나온 정겨운 대화다. 13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광장에서 아름다운 가게와 국회 사무처 공동 주관으로 아름다운 나눔 바자 행사가 열렸다. 국회에서 이 행사가 열린 것은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달 말부터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보좌관.사무처 직원들에게서 모은 재활용품과 기증품 1만여 점이 나왔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판화가 김준권씨의 작품 '태백에서의 겨울'을, 진수희 의원이 일포 곽창주씨의 산수화가 그려진 합죽선을, 김양수 의원이 고서적 '조선비망록'을, 천정배 의원이 민중미술가 홍성담씨의 그림을 각각 기증했다. 이들 기증품은 방송인 정재환씨의 진행으로 경매에 부쳐졌다. 천 의원의 기증품은 치열한 경쟁 끝에 70만 원(시작가 20만 원)에 낙찰됐다. 김양수 의원이 1988년 청계천 헌 책방에서 샀다는 고서도 경매 접전 끝에 국회도서관 임미경 과장에게 돌아갔다. 임 과장은 "국내에 두 권뿐인 귀한 책이 나왔다기에 도서관에 소장하려고 경매에 참가했다"며 기뻐했다.

이 밖에 한 의원이 기증한 골프채 세트는 가게 문을 열자마자 한 시민에게 20만 원에 팔렸다. 노회찬 의원이 기증한 저서를 7000원에 산 김혜은(23.영등포구 여의도동) 씨는 "아름다운 가게라는 의미 있는 장소에서 사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넥타이를 구입한 국회 직원 이진호(51)씨는 "나도 이번에 물품을 기증했는데 남이 기증한 것을 사고 보니 이게 나눔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한나라당 박진 의원 등 여야 의원 50여 명과 시민 1만2000여 명이 참가했다. 대학생 박지영(20)씨는 "딱딱한 인상의 국회가 이렇게 인간적인 행사로 시민들과 함께하니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날 판매수익금 2000여만 원은 전액 아름다운 가게에 전달돼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행사에 앞서 아름다운 가게 손숙 공동대표는 "이번 바자를 통해 평소 가까이하기 힘들었던 국회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나눔의 장을 열기 바란다"고 축사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나눔 바자를 앞으로 매년 국회에서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김봄내 인턴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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