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영입' 첫 제안자는 신학박사 … 지난 5월 이력서 들고 권노갑 찾아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국을 시끄럽게 한 야당발 ‘반기문 영입론’이 구체화된 시점은 6개월 전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에게 지난 5월 한 남자가 찾아오면서다. 권 고문에 따르면 이 인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된 말을 꺼냈다. “반 총장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 새정치연합에서 영입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반 총장의 야당 영입을 거론한 그는 누굴까. 그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는 권 고문은 6일 본지에 미국에서 공부한 ‘신학박사’라는 사실만 공개했다. 권 고문은 통화에서 “그분이 서울과 미국을 오가며 목회(牧會)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이력서를 주면서 경력을 쭉 말하는 걸 들어보니까 상당한 인물이더라”며 “미국에서 공부하고 신학박사 학위를 딴 사람인데 내가 자기를 못 믿을까 봐 이력서까지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름만 팔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지 않으냐. 상당히 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권 고문에 따르면 이 인사는 자신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스크랩한 자료도 제시했다. 여기엔 반 총장과 가깝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 인사가 목사가 된 장기호 전 이라크 대사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장 전 대사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통화에서 “나는 반 총장을 만난 지 3년이 넘는다”며 “권 고문은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반 총장이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정치권이 국익에 반하는, 책임도 지지 못할 소문을 퍼뜨리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신학박사’라는 자칭 반 총장의 메신저를 만난 권 고문은 이후 반 총장의 국내 측근을 수소문했다. 10월 중순께 2명을 더 만나 ‘신학박사’와 같은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추가 접촉한 2명은 반 총장 인맥이 많은 충청권과 외교가 출신 인사였다. 충청권 인사는 ‘충청포럼’(이 지역 정·관계 인사의 모임) 회장인 성완종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성 전 의원은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했을 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권 고문의 주장을 반박했다. 외교부 출신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치권의 논란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반 총장은 오는 13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강태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