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서 화낸 아베 … ‘버럭 정치’ 도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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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는 관저에 ‘비방의 나무(誹謗の木)’를 내걸면 어떨까.”

 일본 제1 야당인 민주당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대표가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총리가 비방 중상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방의 나무’는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史記)』의 효문제기(孝文帝紀)에 나온다. 신화 속 인물인 요(堯) 임금이 어진 정치를 펴면서도 정치에 잘못이 있을 수 있다며 궁궐 다릿목에 비판을 적을 수 있는 나무를 세워뒀다는 고사다. 최근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수시로 분노를 드러내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아베 총리를 비판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민주당 간사장으로부터 각료들의 정치자금 문제를 추궁 당하자 벌컥 화를 냈다. 아베 총리는 에다노 간사장이 과거 일본철도(JR) 관련 노조로부터 정치 헌금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에다노가)살인까지 하는 위험한 반사회적 단체와 관련된 자로부터 돈을 받은 건 문제”라며 화를 참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측근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다룬 아사히신문에 대해서도 “아사히는 아베 정권 무너뜨리는 걸 사시(社是)로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유신당은 5일 국회에서 야당에 고압적인 답변을 되풀이하는 아베 총리의 자질을 집중 추궁하기로 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아무래도 이상한 아베 총리, 1차 내각과 비슷’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요즘 부쩍 화를 많이 내는 아베 총리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간포스트 등 일본 주간지들도 “총리가 8월엔 9일간 4차례 치과 치료를 받았다”며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약 부작용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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