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박필상<부산 부산진구 개봉3동 371의6 2통1반(정장영씨 댁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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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초의 죄업 씻을
하늘빛을 잡으려다
수천 길 벼랑 아래
곤두박힌 대 영혼
눈 멀은
낮 달이 되어
스물스물 잠기는 늪.
악령들의 춤사위에
혼백을 다 태우고
허방다리 건너다가
덫에 걸린 개구리 울음
모두가
잠든 뒤에도
긋지 못하는 이 슬픔.
온 세상 허물이는
잿빛 욕망의 바람 뒤에
깊이를 잴 수 없는
수렁 같은 적막을 깨고
누군가
손뼉을 치며
세월 한 자락 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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