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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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의 사고는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 언어는 생각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좌우하는 것은 우리 혼의 뿌리입니다.』
최근 들어 『불배』연작을 내어놓으면서 토속신앙과 샤머니즘의 세계를 탐구하는 소설가 한승원씨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우리민족의 혼을 찾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구문명의 범람은 우리의 생활을 건비하고 조인간적으로 만듭니다. 현대문명의 위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화에 대한 반동으로 우리는 원초적인 것을 찾게 됩니다.』
작품 『불의 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현대사회는 한쪽으로 기우는 배와 같다는 것이 한씨의 생각이다.
여기에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세계를 찾아야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한씨의 작품은 그가 태어난 전남 장흥 갯가의 냄새가 언제나 풍겨온다.
한씨의 모습을 보더라도 서울에 올라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구수하고 다소 의뭉한 모습이다.
닳아빠진 도시 냄새가 없고 시골 사람 그대로의 체취다.
『샤머니즘의 세계를 다루기 전에는 토속적인 세계를 자주 그렸습니다. 거의 언제나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여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소재 되었지요.』
『그 바다 끊고 넘치며』등에서 보이는 한씨의 세계는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한씨의 작품세계는 일관된 하나의 선에 연결되어 있다. 작가의 작업은 광맥을 찾아서 계속하여 나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초기작 「비화연작」등에서는 사회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다소 우화적이고 풍자적이었지요. 그러다가 보니 이러한 사회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역사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안개바다』『두족류』등에서 역사와 민중의 한을 찾던 그는 더 한발 나아가 우리민족의 원초적인 뿌리가 어디에 있느냐를 생각하고 샤머니즘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작가는 그 땅에 뿌리박은 나무와 같은 것입니다. 그 땅에 뿌려지는 비와 안개·바람의 영향을 받습니다. 비와 안개·바람은 역사라 할 수 있겠지요.』
한씨는 창 밖으로 번잡한 서울을 내려다보면서 서울은 모든 것이 있지만 또 아무 것도 없고 우리의 것은 흙 냄새·갯 냄새가 나는 시골에 있다고 말한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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