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연정 구상' 파장]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갸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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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내 공식 기구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연정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당 전략기획협의회(위원장 박병석 의원)는 최근 연정과 관련된 협의를 하고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이해하나 시기나 당의 정체성, 실현 가능성 등을 놓고 볼 때 우려할 점이 많다"는 내용의 3쪽짜리 논의 결과 문건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협의회는 당 혁신위의 제안에 따라 중앙당.원내대표단.정책위.정책연구원 등에 흩어져 있던 전략.기획 기능을 한데 모아 만든 기구. 각 부문에서 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참여해 비중이 가볍지 않다.

문건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연정 추진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강화해 지지층을 결집해야 할 시점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0월 재.보선에서 연합공천이 이뤄지면 지지층 결집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묻고 "(오히려) 대 한나라당 전선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논의 시점과 관련해 "올 하반기는 민생정책 활동 및 양극화 해소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시기"라며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이긴 하지만 연정을 할 만한 상황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밖에 ▶어려운 경제상황이 지속될 경우 야당의 수용 가능성이 희박하고 ▶파괴적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세력이 존재하며 ▶연정 개념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먼저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 소속 의원 전체를 놓고 볼 때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의원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3선의 한 중진 의원은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치 하한기에 적절한 주제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연정 공론화 작업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금강산에서 열린 당원 수련대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같은 분이 21세기를 내다보는 선구자적 안목을 갖는 지도자라면 이것(연정 제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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