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파동 후 금융 가 "경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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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영자 여인 사채사건으로 무더기 인책파동이 번지게 되자 은행과 단자회사 등 금융기관사람들이 극도로 위축, 자금대출업무를 기피하고 있다.
정부에서 거듭 기업자금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지시하고는 있으나 일선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잘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장 여인 사채파동으로 은행장 2명을 비롯, 부장·지점장 등 간부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자 은행원들은 겁을 내어 담보가 부족하거나 서류가 하나라도 미비하면 대출을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규대출은 커녕 기존대출금을 회수하고 담보확보에 급급하다.
그런데 기업 쪽에서는 사채시장마저 마비돼 자금난은 극도로 나빠 연쇄부도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대출기피현상을 중시하고 각 은행별로 일일대출상황을 보고 받으며 독려하고 있다.
17일에는 나웅배 재무부장관이 하영기 한국은행 총재를 대동하고 은행장이 구속된 조흥 은행과 상업은행을 찾아가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도록 당부하고 대출업무를 적극적으로 보라고 지시했다.
하영기 한은 총재는 17일 하오 긴급은행장회의를 소집하고 각 은행들은 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하 총재는 특히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방지를 위해 각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비율(대출증가 액의 35%)에 구애받지 맡고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금은 지원해 주라고 말했다.
한은 은 자금사정이 나쁜 조흥 은행에 특별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장 여인 사건 이후 조흥 은행에 예금된 돈 중 약 4백억 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감독원은 장 여인 사건을 계기로 주거래은행들이 기업자금사정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도록 사채를 포함한 모든 자금계획을 주거래은행과 협의케 하는 종합여신관리체제를 확립하는 한편, 어음교부방식을 개선하고, 양건예금이 적발되면 엄중한 처벌을 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주거래은행은 기업들의 장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러한 내용은 21일에 개최될 은행장회의에서 시달될 예정이다.
이 같은 방침은 장 여인 사건이 주거래은행에서 거래기업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고 판단, 주거래 대상 기업의 실질적인 감독을 강화키로 한 것이다.
감독원은 주거래은행이 거래기업의 사채를 포함한 종합자금계획을 사전 협의토록 하고 계획대로 자금이 집행되고 있는가를 월 1회 정도 체크할 방침이다.
또 주거래은행 주관아래 부 거래 은행 및 단자의사 등과 거래기업의 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키로 했다.
감독원은 현재 은행이 어음을 발행할 때 거래기업의 과거 3개월간의 어음발행실적(장수 기준)을 기준으로 하던 것을 앞으로는 기업의 어음발행금액과 매출액 등을 고려해 지급토록 할 방침이다.
감독원은 아울러 여러 차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할 때 일정액의 예금을 하도록 하는 양건예금이 계속되고 있음을 중시, 앞으로 이 같은 사실이 발견되면 엄한 처벌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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