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못내 단전된 농가 촛불 화재로 여중생 참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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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정형편이 어려워 전기요금을 못 내는 바람에 단전조치를 당해 촛불을 켜놓고 생활하던 농가에 불이 나 여중생이 목숨을 잃었다.

10일 오전 3시40분쯤 경기도 광주시 목동 야산 기슭의 남모(47.농업)씨 집에서 불이 나 남씨의 둘째딸 효정(15.중3)양이 불에 타 숨졌다.

화재 당시 집에는 남씨와 효정양이 함께 자고 있었으나 부인(40)과 큰딸(16.고3)은 집에서 2~3㎞ 떨어진 마을회관에서 TV를 보다 잠잤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는 경찰에서 "자고 있는데 매캐한 연기에 깨어보니 화장실 쪽에서 불길과 시커먼 연기가 밀려와 황급히 대피했다"며 "효정이는 마을회관에서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고 있는 줄 알고 데려나올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남씨 가족들은 수 개월째 전기요금을 미납, 15일 전쯤부터 한전으로부터 단전조치를 당하자 밤에는 촛불을 켜고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씨 또는 효정양이 화장실에 촛불을 켜놓은 채 그냥 나와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광주=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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