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얼굴과 7Kg이 ‘삼순이’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등장 인물의 의상이나 패션, 분장, 외모 등 시각적 장치들은 드라마에 대한 상징적, 직접적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캐릭터의 성격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줄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개의 단초나 사건의 암시를 제공한다.

MBC 일일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촌스럽지만 우직한 금순이를 드러내는 등장인물의 시각적 관련 정보가 바로 복고 스타일의 머리 모양이었다. 이 머리 모양은 금순이의 성격의 실체를 드러내줄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기제로 활용됐다.

그렇다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MBC ‘내이름은 김삼순’의 등장 인물의 시각적 장치는 무엇일까? 바로 김삼순의 노메이크업에 가까운 분장과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나 세수하고 난뒤의 철저한 노메이크업 상태의 얼굴이다. 또한 7Kg을 살찌운 김선아의 체중이다.

이 두가지의 시각적 장치는 삼순이의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부여할뿐만 아니라 삼순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규정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순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공감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이 두가지는 일거에 날려버리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예쁘게 보이려는 젊은 연기자뿐만 아니라 중견 연기자들의 문제중 하나가 세수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때 진한 화장을 한 채로 카메라에 잡혀 드라마 자체의 사실성을 떨어트리는 웃지못할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평범한 외모나 못생긴 여성 주연 캐릭터의 설정임에도 출연 배우는 외모가 빼어나고 예뻐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내이름은 김삼순’ 에서 김선아는 철저히 이러한 문제점을 온몸(?)으로 해결했다. 삼순의 뚱뚱한 몸매는 드라마에 진정성을 부여할뿐만 아니라 시청자와의 접점을 확대재생산했다. 그동안 트렌디 드라마와 일반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실제 예쁘지만 안 예쁜척하면서 당당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눈길을 끌수 있었지만 공허한 사이비의 느낌만을 시청자에게 전달한 반면 뚱뚱한 몸매의 삼순이가 당당함을 연출할 때는 공명의 진솔한 느낌을 시청자들이 받았다. 화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노메이크업도 이러한 기능을 하는데 일조했다.

노메이크업과 뚱뚱한 몸매의 연출은 순전히 연기자 김선아의 노력이다. 삼순이가 사는 데에는 프로이기를 지향하는 김선아의 노력이 한몫했다.

마이데일리=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