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변에 새 우라늄 공장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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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영변 핵 단지에 고농축 우라늄(HEU) 공장을 새로 완공한 뒤 가동을 시작했다고 정부 핵심 당국자가 말했다.

 북한 정보를 담당하는 정부 핵심 당국자는 4일 “북한이 길이 120m, 폭 15m 넓이의 기존 농축 우라늄 공장 바로 옆에 2012년 새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며 “최근 공장을 완공한 뒤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한·미 정보 당국이 신축 공장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원심분리기를 가동했을 때 생기는 열이 감지됐다”며 “본격 생산을 시작한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정보 당국에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의 핵군축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 8월 “영변 핵시설 내에 쌓여 있던 건설 자재들이 사라지고 건물로 이어지는 철로에서 자재를 실은 열차가 포착됐으며 원심분리기 시설과 원자로 시설에 대한 증축작업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보 당국은 신축된 공장의 외형과 규모를 고려할 때 기존 시설과 유사한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2010년 미국의 핵 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영변으로 불러 가동 중이던 농축 우라늄 공장을 참관토록 했다. 헤커 박사는 당시 “이 공장에 2000여 개의 정교한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헤커 박사의 발언으로 유추할 때 기존 공장에 더해 신축 공장이 가동됨으로써 북한에 4000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핵공학 박사는 “원심분리기 4000여 개를 연간 가동할 경우 80㎏ 안팎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며 “핵무기를 연간 4~5개가량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HEU를 사용하는 핵탄두는 플루토늄탄에 비해 위력은 떨어지지만 핵실험 없이도 쉽게 만들 수 있어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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