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는 제안만, 결정은 당이” 김무성, 김문수 겨냥한 견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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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左), 김문수(右)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혁신위) 김문수 위원장 간에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4일 “혁신위는 제안을 하는 거고 혁신위에서 나오는 모든 건 안(案)이지 결정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두고 여기서 만든 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정개특위) 심의 절차 없이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안을 발표한 데 대한 반응이다. 김 대표는 “혁신위가 건의를 하면 의원총회에서 (선거구 획정위를) 선관위로 보낼 건지 결정하고 그 후에도 여야가 합의해야 하므로 정개특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정도 정개특위에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 권한의 한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브레이크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날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문수 위원장보다 당론이 우선”이라며 “섣불리 개인의 입장을 말하다간 중차대한 문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도 아니고 (혁신위는) 여야가 공동으로 만든 기구도 아니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통화에서 “의원들은 사활이 걸린 문제니 좀 신중할 것”이라며 “선관위 산하에 선거구획정위를 둘지 여부는 절차적으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니 정개특위를 거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내용에 대해 국회는 찬반 표결만 해야 한다”며 “혁신위에선 국민이 원하는 혁신이 당의 방침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국회의원은 자기 선거구를 없애지 않으려고 온갖 꼼수를 부린다”면서 선관위의 선거구획정안을 국회가 아예 손을 못 대도록 해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두 사람은 최근 개헌론을 놓고도 분위기가 미묘했다. 김 대표가 ‘개헌 봇물이 터질 것’이란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김 위원장은 “나한테 헌법 바꿔 달라는 사람 아직 못 봤다”(지난달 26일)거나 “국회의원들이나 똑바로 하라”(지난달 30일)며 개헌론자들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 “선거구 획정 , 정개특위 안 거쳐야”=야당도 선거구 획정 논란에 가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실천위·위원장 원혜영)는 4일 선거구 획정위를 국회 독립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획정위를 선관위에 둘지에 대해선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안은 정개특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국회 본회의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천위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획정위안을 받아서 심의 의결하면 그 과정에서 당초 안이 왜곡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지상·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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