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간병 고통 덜어줄 포괄간호제, 반드시 성공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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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병원비도 힘들지만 환자를 더 괴롭히는 것은 간병이다. 입원 환자의 19%는 간병인을 쓰고, 35%는 가족이 떠안는다. 간병비용이 연간 3조원, 환자 1인당 연 275만원이 든다(고려대 의대 안형식 교수). 입원비(231만원)보다 많다. 배보다 배꼽이 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간병은 후진국형 고통이다. 번듯한 나라치고 가족이 병실 보조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는 데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이런 고통을 줄일 희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포괄간호서비스(보호자 없는 병동) 시범사업이다. 간병인도 가족도 병실에 없다. 간호사·간호조무사가 간병까지 책임진다.

 4일 고려대 의대 김현정 교수 발표를 보면 포괄간호서비스의 성과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간호시간이 1.7배로 늘면서 욕창 발생이 5분의 1로 줄었다. 낙상 사고도 19% 줄었다. 반면 체위변경은 2.5배로 늘었다. 전문가가 붙으니 서비스 질이 올라간 것이다. 또 음식 먹이기가 1.3배, 목욕(피부간호)이 1.6배, 구강간호가 1.9배로 늘었다. 특히 안전사고 예방·위생관리 등이 좋아졌다. 환자의 85%가 다시 이용하고 싶다거나 주위에 권고하겠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보이지 않는 성과는 가족의 부담 경감이다. 파킨슨병·당뇨합병증 환자의 아들은 “간병 때문에 형제간에 다툼이 생기려 했는데 그게 해결됐다”며 “아버지가 ‘아들아, 네 덕에 살았다’라면서 미소를 되찾으셨다”고 말한다. 다른 환자의 남편은 “간호사들이 세수 보조, 아침밥 먹이기, 용변처리 등을 하며 아내의 손발이 됐다”고 만족감을 표한다.

 내년 1월 원하는 병원부터 포괄간호서비스가 시행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부담이 하루 6만~8만원에서 5000원 안팎으로 준다. 선진국은 이미 간호인력이 간병까지 다 한다. 일본도 1995년 바꿨다.

 의료의 질을 올리고 환자 부담을 낮추려면 포괄간호서비스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내년에 서울 소재 병원과 전국 대형 대학병원을 빼고 시작한다는데 일부라도 참여시켜야 국민 체감도가 올라갈 것이다. 관건은 간호인력이다.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가 늘어야 한다. 매년 간호사가 2만 명 배출되지만 70% 정도만 취업한다. 취업해도 31%가 1년 이내에 퇴직한다. 기존 간호사의 45%가 활동하지 않는 ‘장롱 면허’다.

 병원들이 포괄간호를 선택할 수 있게 적정 수가를 보장하고 필요하면 간호대학 정원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일·가정 양립 여건을 마련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병원, 큰 병원과 작은 병원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 또 포괄간호서비스를 실시하면 12만 명의 간병인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저소득 근로자들이다. 작은 병원이 간호인력 대신 요양보호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간병인이 요양병원·요양시설로 옮길 수 있게 길도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