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초라한 잔치로 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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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스크린의 스타는 대중이라는 하늘위에 하늘의 별만큼이나 찬연한 빛을 발산한다. 하지만 영화계의 최대 잔치인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42회 대종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화려하고 찬연한 별들의 잔치가 아니라 초라한 향연 그자체였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영화상 수상제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와 감독 등 유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상 수상제로 꼽히는 대종상은 위기론이 점차 점쳐지고 있는 한국 영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화려한 축제의 한마당이어야할 42회 대종상이 볼품없는 향연으로 추락한 것은 이 잔치에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는 유명 영화인들의 대거 불참에서 우선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종상 시상식 직전 영화제작가협회와 강우석 감독의 스타 권력화에 대한 문제 제기와 스타, 송강호와 최민식의 반박으로 어수선해진 영화계 분위기가 이번 대종상 시상식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대종상 홍보대사인 최민식마저 대종상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번 시상식의 초라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제작자, 감독, 스타들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리고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자로 선정된 영화인들마저 불참해 시상식의 의미를 퇴색시키는데 일조했다. 여우주연상 후보들의 불참이 대표적이다. 문근영은 시험준비라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고 전도연 역시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참가하지 않았다. 감독상을 수상한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 등의 불참으로 인한 대리 수상 남발도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상 수상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냉담한 영화상 수상식장으로 전락시키는 한 원인이었다. 이러한 것들은 영화인 스스로 대종상의 권위와 잔치 분위게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대중에게는 비춰진다. 또한 올들어 침체의 분위기가 이어진 한국 영화의 상황도 대종상을 초라한 향연으로 추락시키는 원인이었다. 지난 해의 경우 ‘올드보이’나 ‘봄 여름 가을 겨울’ ‘태극기 휘날리며’ 등 다수의 문제작과 흥행작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영화인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올해는 500만 관객을 모은 ‘말아톤’만이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이같은 초라한 영화상 수상식의 분위기는 한국 영화의 외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초라함을 자초한 사람들은 한국 영화계를 걱정한다는 영화인들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힘을 합쳐 한국 영화의 위기를 극복해야한다. 하지만 대종상 시상식에서 보여준 영화인들의 모습에선 최소한 그런 의지를 읽을 수 없었다.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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