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해철 사망사건에서 드러난 진료기록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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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멀쩡하게 활동하던 40대 유명 가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신해철씨 의료사고 의혹이다.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동료 연예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3일 신씨 시신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신씨는 S병원에서 위벽 봉합수술을 받고 난 뒤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했다. 이후 신씨를 옮겨 받아 응급치료한 아산병원 의료진은 그의 소장에서 지름 1㎝의 구멍을 발견했다고 한다. 수술 잘못이나 환자관리 소홀을 의심할 만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신씨 유족·동료와 S병원은 극명하게 대립 중이다.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과실을 범했는지, 신씨 측에 알리지 않고 별도의 위 성형수술을 했는지, 신씨가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는지 등을 두고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문제는 S병원의 진료기록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이 병원은 천공 여부 등을 정확히 확인할 수술기록지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동영상도 찍지 않았다. 수사 당국이 다른 기록·증언을 확보하지 못하면 과실 책임을 가리기 쉽지 않다.

 의료분쟁 배상소송은 2010년 782건에서 지난해 94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소송 결과는 절대적으로 환자 측에 불리하게 나온다. 올 들어 나온 517건 중 환자 측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진 경우는 10건에 불과하다. ‘일부 승소’ 비율도 매년 20%대다. 이마저 의료기관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져 소액배상에 머무는 형편이다.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에는 지식·정보의 비(非)대칭이 존재한다. 환자 측이 고도의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의료기관을 당해내기 쉽지 않다. 더구나 환자 측이 의지해야 할 진료기록마저 엉망이라면 심판의 저울은 한쪽으로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관련 당국은 의료기관에서 진료기록을 제대로 작성·관리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진료기록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표준양식에 따라 명료하게 작성되고 있는지, 의료기관이 진료정보를 환자 측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