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미국의 중남미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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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게는 가재편이라고, 포클랜드사태에서 미국은 영국의 편을 든다는 인상을 씻기 못하여 중재는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분쟁자체는 이미 선전포고없는 전쟁의 모습을 띠고 있고 미주기구(OAS)는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영유권을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여 포클랜드위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대 미주기구, 미국 대 소련의 대결로 굳어져간다.
미국은 「헤이그」국무장관을 내세워 적극적인 중재를 시도했지만 사태는 이미 결전일보전까지 가고 말았다. 거기다가 미주기구총회가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영토라는 결의를 하고,그 자리에서 미국은 기권함으로써 미국은 중재자로서의 객관적인 권위를 박탈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그런 처지를 더욱 악화시킨 것이 미하원외교위 결의다. 하원외교위는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면전을 할 경우 미국은 영국을 지지한다고 결의한 것이다.
그 결의를 미주기구의 아르헨티나지지결의와 대비시켜 보면 적어도 포클랜드사태에서는 미국이 중남미국가들과 대립관계에 선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사태는 「레이건」행정부의 중남미정책에 심각한 약점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미국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과테말라사태에 직면하여 아직도 적절한 정책노선을 잡지 못하고 있다. 「레이건」행정부는 강·수량면의 기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 판에 중남미국가들의 대미신뢰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린 사건이 미주기구의 결의와 미하원외교위의 결의라고 하겠다.
원래는 아르헨티나도 중남미국가들로부터 일사불란한 지원을 받고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국가들끼리의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많았고 칠레와의 영토분쟁은 그중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영국이 사우드조지아도를 점령하고 아르헨티나에 대한 전면공격의 자세를 가다듬고, 미국이 공공연하게 영국을 지지하게 되자 중남미국가들은 사소한 문제들을 잠시 접어두고 아르헨티나를 편들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거기다가 소련이 아르헨티나농산물의 최대고객이라는 점을 구실로 아르헨티나를 지지하고 있어 포클랜드사태는 남북대결과 동서대결의 무대가 되고있어 사정은 참으로 복잡하게 되었다.
물론 미주기구의 결의가 아르헨티나를 전적으로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미주기구는 리오조약의 의무를 발동시키지는 않은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미주기구가 리오조약의 규정대로중남미국가들이 무력으로 아르헨티나를 지원할 것을 결의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리오조약의 참전의무가 발동되면 나토회원국들 역시 영국을 무력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되어 서방세계는 두 동강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 포클랜드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마지막 문호는 열려있는 셈이다.
미국이 비틀거리는 중남미정책을 바로잡아 이 마지막 기회를 어떻게 선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그러나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든지 간에 이제 중남미는 「먼로·독트린」의 울타리로 보호받는 미국의 「안락한 뒤뜰」 인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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