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고 안익태 선생 미망인 롤리타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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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제는 새로이 시작하는 생활에 대한 흥분과 기대로 아무렇지도 않더니 오늘은 상당히 피곤하군요. 그러나 대단히 행복합니다. 또 저희 가족에게 관심을 갖고 귀국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신 대통령 내외분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마음뿐입니다.』
23일 하오, 스페인 팔마로부터 25시간여의 오랜 비행 끝에 남편의 고국에서 영주키 위해 한국에온 애국가의 작곡가 고 안익태 선생의 미망인 「롤리타·안」여사(63). 세째딸 「레오노레」씨(30)와 손자 「아키토」군(5·한국명 안익봉)도 함께 왔다.
정부의 주선으로 기증받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86동 52평의 넓은 아파트에서 한국에서의 첫밤을 보면 롤리타 여사는 아직 긴 비행기 여행에서의 여독이 가시지 않은 듯 피로한 모습이었지만 반갑게 내객을 맞는다. 『할 일이 아주 많아요. 특별히 생전의 남편이 아끼고 사랑하던 악기 등 유품들을 음악대학에 기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음악도들이 사용한다면 그 분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또 자신이 태어난 스페인, 그리고 새로운 조국이 된 한국과의 음악 등 문화교류를 위한 일도 하고 싶다고 레오노레씨는 의욕을 보인다. 『무엇보다도 먼저 할 일은 한국말을 배우는 것입니다. 아직은 조카 등 친척들이 보살펴주어 큰 불편은 없지만, 시장도 다니고 이웃과도 사귀려면 한국말을 해야지요. 「레오노레」는 특히 KBS방송국에서 일하려면 꼭 필요할 것입니다.』
46년 한국출신의 젊은 지휘자 안익태씨와 결혼한 이래 쭉 지중해안의 마요르카섬 팔마에서 살아온 롤리타 여사, 그는 팔마가 「엘레나」(34) 「안나」(32) 「레오노레」등 3명의 딸을 낳아 키운 곳인데다, 남편이 작고한 뒤 그를 기념하여 「안익태 거리」라고 이름 붙인 거리도 있는 곳이어서 그곳과의 결별이 가슴아팠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이 평소 사랑하고 또 그의 유해가 묻힌 나의 제2의 고향이 한국이니까, 더 큰 것을 위한 이별이었지요. 「레오노레」도, 또 제자신도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로 크게 설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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