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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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을 가르치는 일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선생의 뭐는 개도 안먹는다』는 표현이 아직도 우리들 주변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를 가르치고 선도하여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토록 하는 일보다 이 세상에 값있고 보람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미국의 저명한 시인 「헨리·밴·다이크」가 무명교사예찬사에서 읊은 것처럼 젊은이를 건져서 이끄는 이는 바로 무명의 교사들인 것이다. 그들은 청빈 속에 살고 고난 속에 안주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그들을 위하여 부는 나팔도 없고, 그들을 태우고자 기다리는 황금마차도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그들의 가슴을 장식하지도 않건만, 그들이야 말로 묵묵히 어둠의 전선을 지키며 그 무지와 우매의 참호를 합하여 돌진하면서 청년의 적인 악의 세력을 정복하고자 싸우며,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워 일으키는 선각자인이다.
그런데, 근자에 일간지에서 선생님이 교실에서 돈봉투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대서특필된 것은 우리 교육계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극히 일부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저지른 일이지만, 교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얼굴을 들기 어려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이번의 불행한 사건을 앞으로의 보다 밝고 명랑한 교육풍토를 이룩할 수 있는 교훈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불행중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그 교훈은 우리 교직자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이 감수해야 할 교훈이라고 믿는다. 봉투를 받는 쪽도 옳지 못하지만, 한편 봉루를 갖다 바치는 쪽도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할 것이다. 봉투를 주는 동기가 순수하다기 보다는,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내 자식만을 생각하는 불순한 동기에서 나온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교직자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대우가 다직종에 비해 볼 때 이만저만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가와 사회는 깊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한교육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등교원의 사회적 지위는 이 사회의 32개 직종 가운데 겨우 25위밖에 안된 사실은, 프랑스의 교사봉급이 관·검사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사실과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비극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들 주변에는 아직도 청빈 속에서 악의 세력과 싸우면서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워 일으키고 있는 참 스승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극빈 어린이에게 자기의 도시락을 제공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부족한 공납금에 보태라고 박봉을 터는 교육자가 무너져 가는 사도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직자로서는, 옛 선비들이 배밭에서 갓을 고쳐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처럼, 앞으로는 추호도 의심받는 것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이번 일로 해서 결코 위축되거나 낙심하는 일없이, 국민교육의 수임자이자 신뢰받는 선도자로서의 긍지와 사명을 새로이 명심하고 오직 스승의 길을 걸어가기를 다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유형진 (대한교련회장)>
▲1926년 원주 출생 ▲49년 서울대 사대 졸 ▲58년 미하버드대 교육학 박사 ▲59∼64년 숙명여대 문리과대학장·대학원장 ▲74∼80년 한양대사대학장 ▲71∼72년 한국교육학회회장 ▲현재 한양대교수·대한교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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