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 '국보급' 필첩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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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초기 명필로 꼽혔던 안평대군이 1449년에 쓴 금니사경이 5일 처음 공개됐다. ‘지장 삼부경’ 일부를 담은 16폭 필첩이다. 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감지(紺紙)에 불경을 베껴 썼다. 전체 47.3×54.0㎝, 내부 37.4×19.7㎝.

조선시대 명필 안평대군(安平大君.1418~53)의 육필 글씨가 5일 공개됐다. '매죽헌필첩(梅竹軒筆帖)'이라고 쓴 오동나무 표지 안에 16폭으로 꾸민 금니사경(金泥寫經: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불경을 베껴 쓴 경문)이다. 보존 상태가 완벽하고 글씨도 좋아 안평대군의 유품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작품이다. 서지학자 김영복(문우서림 대표)씨는 "안평대군의 글씨는 탁본이나 비문 외에는 아주 드물어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보급"이라고 평가했다.

필첩은 고미술품 소장가인 김명성(49.학산 회장)씨가 일본인 소장가에게서 구입해 국내에 들여왔다.

필첩의 내용은 불교 경전인 '지장삼부경(地藏三部經)'이다. '정통(正統) 14년'이라고 명기한 것으로 보아 안평대군이 역모 혐의로 사약을 받기 4년 전인 1449년 31세 때 작품으로 여겨진다.

서체는 송설체 해서(松雪體 楷書). 중국의 조맹부가 개척한 송설체를 독자적으로 소화해 단아하면서도 유려한 기운이 번득인다. 부처님을 공양하는 최고의 행위이자 불교 의식의 하나가 사경인 만큼 한 자 쓰고 세 번 절했다는 정성과 엄정함이 기개 넘치는 필치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안평대군의 친필 글씨는 1987년 국보 제238호로 지정된 서정철씨 소장의 '소원화개첩'이 꼽혔으나 현재 분실됐고,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쓴 발문은 일본에 있다. 따라서 '매죽헌 필첩'은 안평대군의 유일한 필첩이 된다. 안평대군은 세조의 집권과 함께 반역죄로 몰려 처형당하면서 유품을 모두 없앤 탓에 남아 있는 글씨가 매우 드물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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