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기증하지 마라" "군대, 인간이 못 갈 곳" MBC 프로그램 잇단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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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TV 속 경솔한 발언들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는 4일 신장 기증의 부작용을 근거 없이 과장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극중 의사로 나오는 재희(강지환 분)는 이날 방송에서 생모에게 신장을 기증키로 결심한 금순(한혜진)에게 수술을 만류하면서 "둘 중 하나만 기능을 하면 나머지 하나에 과부하가 걸려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한쪽 눈 시력이 나빠지면 결국 나머지 한쪽 눈도 서서히 나빠지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시청자에게 신장 기증자가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신부전 환자들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엔 "14년 전 내게 신장을 기증해 준 아버지는 현재 73세인데 아주아주 건강하시다"(SOOK578)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도 "전혀 의학적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며 비판했다.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한덕종 박사는 "신장을 기증한 뒤 남아 있는 신장의 기능은 두 개가 있었을 때보다 50% 이상 더 강해진다"며 "드라마 속 대사는 몰상식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측도 "1991년부터 신장 기증자가 800여 명에 이르지만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파문이 확대되자 제작진은 5일 오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앞으로 재희가 금순의 장기 기증을 격려하는 내용도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2일엔 MBC 이정민 아나운서가 시사정보 프로그램 '토요이레'에서 "정말 군대는 인간이 갈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시청자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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