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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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마다 똑같은 재난을 겪으면서도 주의를 게을리하는 대표적인 예로 산불을 들수 있다. 강우량이 적은 봄·가을철엔 산불이 일어나기 쉽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사람들의 부주의로 산불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산불은 등산객, 상춘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 많이 발생한다. 이번 주말에도 8ha의 임야를 태운 지리산산불을 비롯해서 전국적으로 2O여건의 산불이 일어나 수백만그루의 나무를 불태웠다는 소식이다.
정부는 한달평균 1백건이상에 이르는 봄철산불예방을 위해 등산로 폐쇄, 등산객계몽을 하는 한편 주말이나 휴일에는 특별경계를 펴고 있다.
그러나 산불은 당국의 경계만으로 방지할수 있는것이 아니며, 국민 모두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산림을 아껴야만 가능찬 것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훼손의 가장 큰 원인인 산불은 지난78년 9백25건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한다. 산뷸의 피해도 78년의 3천7백60ha이던것이 79년에는 9백70ha로 줄었다는 것이다.
자연보호, 산림애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차츰 달라지고 있다는 반가운 현상이기는 하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른것은 아니다.
산불 발생원인을 보면 34%가량이 등산객이나 행인의 실화이고 10%가 어린이 불장난, 21%가 논이나 밭을 태우다 산으로 옮겨붙은 경우라고한다. 부주의때문에 일어냐는 산불이 65%나 된다는것은 예방책의 핵심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낙엽을 밟았을때 물이 물씬 배어 나오는 상태, 즉 상대습도가 60%이상일 때는 산불이 안난다.
상대습도60%이하에 풍속이 5·5m이상일 때는 산불경보를 내리도록 되어있는데 우리나라의 봄철기상조건은 상대습도가 40%이하인 때가 대부분이다. 다시말해 산불이 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더우기 상대습도 30%이하에서 산불이 나면 진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애써 가꾼 나무를 태우지않기 위해서는 결국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하고 산불예방이나 진화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쯤은 갖추고 있어야한다.
본격적인 등산객들이 산불을 내는 일이 거의 없는것은 산불예방에 대한 인식이 몸에 배어있고 기초적인 지식도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산을 찾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상식을 가진 등산객뿐이 아니다. 산을 찾는 항악인구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에 비추어 산불예방을 위한 계몽을 더옥 강화해야할 필요성은 절실하다.
한편 당국으로서도 산불예방을 위한 감시나 계몽을 찰저히 했다고 해서 할일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큰산불 가운데는 블가항력적인 경우도 많다. 산불이 난 원인이 어디있건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수 있는 진화체계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예비군이나 주민들을 많이 동원해도 장비가 없으면 불을 끄는데는 속수무책일수밖에 없다.
산불이 났을때 보고체제도 개선, 산불피해를 가능한한 줄이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무를 심는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성들여 가꾸고 보호하는 일이다.
등산객이 무심하게 버린 담뱃불 하나로 큰산을 모두 태우고 몇십년 자란 나무들을 순식간에 재로 만드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산불방지, 산림애호에 더욱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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