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의 청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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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집권 민정당이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려는 당직자의「청렴생활과 봉사활동규증」을 마련했다. 이것은 정직과 질서등 9개생활덕목을 바탕으로 온국민의 의식개혁운동을 추진하자는 전대통령의 호소에 부응, 집권당이 술선수범함으로써 이 운동을 국민에게 까지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민정당은 이같은 규정을 제정하면서 『당의 이념과 주장이 아무리 정당한 것이라도 그것이 당원의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한낱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고 스스로 지적했다. 첨렴과 봉사에 대한 굳은 실천의지를 나타낸 말이다.
「청렴생활과 봉사활동규정」은 우선 당간부의 재산등록을 규정하고 있다. 전체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이 국회에서 성안돼 확정절차만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민
정당 간부의 재산등록은 매우 과감한 조처다.
불행한 기억이지만 국민들은 과거의 정당간부들이 당이념이나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고 부패정치의 길로 들어선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시정쇄신의 구호가 아무리 고창됐어도 권력형 부조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다가 제5공화국의 출범을 보게됐다. 따라서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제5공화국에서 더욱 높아졌다.
민정당간부가 배우자와 직계준비속소유의 재산까지 공개하려는 결심은 본인으로선 좀 고통스러운 일이겠으나 깨끗한 정치풍토를 이룩하겠다는 단호한 각오로 임해줄 것을 국민은 바라고 있다. 형식적이거나 눈감고 아웅식 청렴생활은 오히려 국민의 조소만 살뿐이다.
특히 이번 청렴생활규정은 당직과공직생활은 물론 사생활에 있어서의 질박·검소한 생활기풍까지 당원의 의무로 규정했다.
공직생활에선 청탁행위와 선물수수가 금지됐으며 의전상 받은 선물은 중앙당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종래 어느 정당에서도 볼수없었던 강력한 청렴생활이 민정당간부에게 요구된 셈이다.
거기다 사생활에서도 재산증식을 위한 투기행위나 사치로운 생활이 모두 금지됐다. 물론 어디까지가 투기고 어디까지가 사치로운 생활인지 한계가 모호하긴 하겠으나 문제는 검소한 생활을 영위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이다.
근대 자본주의사회의 번영의 원동력으로 중산층시민의「청렴과 근면」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깨끗한 사회의 건설이 우리의 당면 목표라면 사회 어느 계층에선가 이 목표를 달성하려는 횃불이 올라야한다.
그점에서 제일 부패하기 쉬운 집권당이 솔선수범의 기치를 든것에 국민들은 호감이 간다.민정당 스스로 개혁의 실천자임을 자임하고 나선것은 『민정당의 존재가치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민정당이 여당이라는 점만으로 국민의 눈에는 과거의 여당과 동일하게 비쳐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민정당 스스로 무엇인가 다른 점을 보여주지 앉으면 국민들로부터의 지지기반은 구축할수가 없고 이내 존재가치를 의심받게될 것이다.
실속없이 떠들기만하는 청렴생활이 되지말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생활에 정착되는 청렴규정이 돼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점은 민정당의 첨렴생활 실천선언에도 잘 지적돼있다. 만약 청렴생활의 실천이 또다시 과거처럼 구호에만 그치고 용두사미로 끝날때『국민은 왜 민정당이 구시대의 정당과 인물들 대신에 집권당의 위치에 있는가를 의심하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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