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어느새 개통 5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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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5월 열린 감천문화마을 축제. [사진 사하구]

산복도로(山腹道路)는 산의 중턱을 지나는 도로다. 층층이 주택이 자리잡은 마을에는 서민의 애환이 서려 있다.

 부산에서 도시계획으로 인해 산복도로가 처음 개통된 것은 1964년 10월 20일. 동구 초량동~중구 대청동 메리놀병원을 잇는 망양로다. 당시 망양로는 수정산 허리 1.8㎞에 걸쳐 너비 8m로 차가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수정 산복도로의 일부가 됐다.

 산복도로는 1920~30년대 부두·방직 노동자들이 산동네에 거주하면서 생겼다. 1945년에는 귀환 동포가, 1950년 6·25전쟁 이후에는 피란민이 몰리면서 겹겹이 늘어났다. 이후 망양로를 시작으로 중구 영주동, 동구 좌천·초량동, 사하구 감천동 등에 속속 새 도로가 뚫렸다. 지금은 6개구(동·중·서·부산진·사하·사상구)에 걸쳐 있다.

 부산시와 중·동구가 산복도로 개통 50주년을 맞아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마을축제를 연다. 자치단체에 따라 마을별로 열던 축제를 처음으로 동시에 여는 것이다. 개막식은 31일 오후 2시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의원인 초량동 옛 백제병원 앞 무대에서 열린다. 오후 3시에는 마을별 장기자랑인 ‘산복을 울리는 메아리’가, 오후 4시에는 청년들이 마을 만들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토크 콘서트가 잇따라 개최된다. 개막식장 주변에는 주민이 만든 제품을 파는 ‘품 마켓’과 여러 체험 부스가 운영된다. 옛 백제병원에선 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은 사진이 선보인다.

 다음달 1일 오전 10시에는 백제병원~이바구길~망양로~디오라마 전망대~금수현 음악살롱까지 산복도로 걷기대회가 열린다.

 사하구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감천문화마을 축제를 연다. 다음달 1일 오후 1시 감천문화마을 다목적 광장에서 전통혼례식에 이어 혼례를 올린 남녀가 가마와 교자를 타고 신행길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방문객은 체험부스에서 전통혼례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번 축제는 관광객 유치를 통해 마을을 되살리려는 행사다. 산복도로 마을이 1980~90년대 이후 젊은층이 빠져나가면서 빈 집이 늘고 상권이 쇠퇴하는 등 공동화 현상이 생기고 있어서다.

부산시는 2011년 2월 산복도로 마을을 살리기 위한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발표했다. 구봉산과 구덕·천마산, 엄광산 아래 3개 권역을 9개 구역으로 나눠 2020년까지 10년간 100억원을 투자한다. 화장실과 도로 등 기반·주거시설 정비, 마을 기업과 희망농장, 카페와 예술촌 조성 등 마을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이미 감천동 문화마을과 초량동 이바구길 등은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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