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카드 오재영(29·넥센)이 에이스 카드 리오단(28· LG)을 이겼다. 넥센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선발 오재영의 호투와 5회 초 터진 하위타선에 힘입어 LG를 6-2로 꺾었다. 넥센은 PO 전적 2승1패로 앞서 1승만 보태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오재영은 6이닝 동안 LG 타선을 3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시속은 140㎞ 초반에 그쳤지만,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정확히 찔렀다. 슬라이더도 예리하게 꺾였다. 오재영은 5회 말 정성훈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이어갔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오재영은 시즌 최고의 피칭을 뽐냈다. PO 3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오재영은 “2004년 현대 시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2패일 때 나와 승리투수가 됐다. 이번엔 PO 1승1패에서 나왔다. 그때를 생각하고 이 악물고 던졌다. 올 시즌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 승리로 위로가 됐다”며 웃었다.
사실 오재영은 넥센이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카드가 아니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간 그는 올 시즌 중반 한 달 넘도록 2군에 머물기도 했다. 정규시즌 5승6패, 평균자책점 6.45에 그쳤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염 감독은 밴헤켄-소사에 이은 3선발 때문에 고민했다. 꾸준히 3선발로 뛰어온 문성현(9승4패 평균자책점 5.91)을 쓰는 게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PO 상대가 LG로 정해지자 오재영을 선택했다. 왼손투수 오재영은 좌타자가 많은 LG에 강했다. 올 시즌 LG전에서 4차례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경험이 많고 큰 경기에 강한 게 장점이다.
PO 3차전은 염 감독 계산대로 흘렀다. 염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 어젯밤 훈련에서 외국인 선수 로티노의 타격감이 좋아 보였다. 로티노를 넣고 타순을 많이 바꿨다”고 말했다. 염 감독이 새로 짠 하위타선은 5회 대폭발을 이끌었다. 김민성-이택근-이성열-박동원이 4연속 안타를 터뜨렸다. 이어 로티노가 적시 2루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를 때렸다. 무엇보다 오재영을 선발로 내보낸 게 염 감독 최고의 승부수였다.
염 감독은 “오재영이 제구가 낮게 이뤄지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 덕분에 불펜진도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면서 “로티노가 들어가고 타순에 변화를 준 게 경기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흡족해 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지금까지 LG에 운이 따라줬는데 오늘은 넥센에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넘어갔다. 승부는 5차전까지 갈 것이다. 그리고 꼭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4차전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4차전 선발투수로 넥센은 소사를, LG는 류제국을 예고했다.
박소영·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