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상대의 앞을 가로막는 수법 … 장문 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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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 토너먼트>
○·김지석 9단 ●·루이나이웨이 9단

제4보(29~31)=장문이라는 수법이 있다. 뜻을 알려주는 원래의 한자는 불분명한데, 장문(掌門)이 아닌가 싶다. 문을 닫아걸어 상대를 우리 안에 가두는 수법이다. 문(門)의 뜻 하나는 폐(閉)다.

 가두는 것은 두 손으로 상대의 좌우를 가로 막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뜻이 확장된다. 상대의 진출을 가로 막는 것과 장문은 서로 통용될 수 있다.

 ‘참고도’를 보자. 백에게 바짝 다가가 앞을 가로 막는 1이 ‘장문의 감각’이다. 위압적이다. 좌우로 팔만 내뻗으면 백 한 점△을 밀어낼 수 있겠다. 위협받는 백이나 위협하는 흑이나 서로가 겁난다. 하변이 깊어지고 있으니 삭감도 급하다. 4가 눈에 확 잡히는 급소로 어려운 진행이다.

 하지만 프로들은 ‘참고도’ 1과 같은 수에는 두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 직선적인 공격인 까닭이다. 직선적인 돌파는 모험일 수 있다.

 루이가 실전에서 ‘비낀’ 감각을 선보인 까닭이다. ‘참고도’의 1과 비교할 때 한 발 비낀 감각인 29·31이 루이의 선택이었다. 고심의 흔적이 느껴지고 여유도 엿보인다.

 김지석이 장고에 들어갔다. 돌의 흐름을 따른다면 백은 A에 두고 싶다. 하지만 흑B 받아두면 하변이 너무 깊어진다. 초반의 기로(岐路)다. 백을 지켜둘 것인가. 하변에 뛰어들 것인가.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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