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다빈치 코드'의 정교함·반전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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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디지털 포트리스 1, 2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대교베텔스만, 각 권 290쪽 안팎, 각 7800원

누군가 '테러(terror)'나 '폭탄(bomb)' 같은 단어가 들어간 이메일을 보냈다 치자. 이 정보는 즉각 적도 상공을 돌고 있는 첩보위성을 통해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NSA(국가안보국)본부로 보내지며 NSA 슈퍼컴퓨터의 추적 대상이 된다. 만약 그 단어가 '아르하브(테러)'나 '꾼블라(폭탄) 같은 아랍어라면 긴급 파일로 분류되고 아무리 암호화된 문서라도 수 초, 수 분내에 해독된다. '다빈치 코드'로 하루아침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댄 브라운이 처음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NSA였다. 그가 1998년 내놓은 처녀작은 국가안보와 테러방지를 명목으로 전세계 통신을 감청하는 NSA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는 프로그래머 사이의 두뇌 싸움을 소재로 한 테크노 스릴러 소설이다. 첫 작품이라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정교하게 계산된 복선과 조금은 억지스런 반전의 거듭이 '다빈치 코드' 그대로다. 늘 1초를 남기고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헐리우드식 퍼즐 맞추기와 카이사르의 '정사각형 암호박스' 처럼 역사적 사실을 끼워넣은 것도 자신의 대표작과 닮았다.'다빈치 코드'를 읽고 감동받은 사람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듯. 하지만 그 이상을 찾는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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