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백만명분의 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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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절미를 위한 정책변화를 되돌아본다. 69년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무미일이 있었다. 음식점에서 쌀로 만든 음식을 팔지 못하도록한 것이다.
같은 때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분식과 잡곡혼식이 역시 권장했다. 학생들의 도시락혼식도 실시됐다.
74년엔 쌀의 도정도를 종전 11분도에서 7분도로 낮췄다. 음식점에서는 공기밥만 팔도록하고, 떡에도 보리쌀이나 잡곡을 30%이상 섞도록 했었다.
그러나 76년의 대풍을 계기로 정책의 전환이 이뤄졌다. 무미일이 철폐된 것이다.
78년부터는 오히려 쌀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이 나왔다. 보리흔식 및 떡쌀에 대한 밀가루 혼식제를 없애고 쌀도점률을 전면철폐했다.
그러나 80년까지만해도 식량절약운동은 여전히 추진됐다. 부산시는 대중음식점과 여관에서 밥그릇의 크기를 줄였다. 그것은 81년부터 보사부시책으로 이어져 「공기밥」으로 확정시행됐다.
그러나 그건 실효가 없었다. 업소들의 실천도, 시민의 호응도 없었다.
그때 농촌경제연구원은 도시가구중 37%가 전혀 보리쌀을 먹지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식생활향상으로 육류소비도 늘고 과실의 소비로 늘었다. 맛있는 밥을 먹는건 당연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은 한알의 낟알을 흘리기만해도 어른들의 불호령을 들었다. 그릇에 붙은 밥알도 하나하나 떼어먹었다. 밥을 남기면 복을 버린다고 질책도 받았다.
그건 식량부족에 찌들었던 그시대의 풍속이었다. 농부들의 농사에 바친 땀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교훈도됐다.
하지만 지금 그 풍속은 거의 찾을길 없다. 낭비습관도 그만큼 보편화했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은 연간 6백만섬의 쌀낭비를 발표했다. 그건 쌀생산량 3천5백16만섬의 17%다. 6백54만명이 1년동안 먹고 살수있는 양이다.
그게 모두 가정과 업소의 낭비만은 아니다. 그러나 식사후 버리는 양은 2백만섬이나 된다.
그에 비해 탈곡·건조·저장·도정·수송과정에서 4백만섬의 감모가 나왔다. 쥐와 바구미의 피해도 적지않다.
그러니까 쌀의 손실을 막기 위해 시설개선등 수확후 감모방지에 노력해야겠다. 쥐, 바구미잡기도 독려해야겠다.
그러나 더 필요한건 쌀을 아끼는 정신이다. 식당에서 한끼에 10.35g씩 밥을 버리고 있다는건 보통낭비가 아니다. 농가에서마저 29%나 식후에 밥을 버리고 있다니 한심한 문제다. 「나라의 복」을 내다버리는 격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4억인구가 식량부족에 굶주리고 있고 연간1천5백만명의 어린이가 못먹어서 사망하고있다. 가까이 6·25전쟁 때의 식량난도 가끔 기억해야겠다. 그걸 모르는 어린세대에게 「한알의 낟알」을 아끼도록 깨우치는 교육도 새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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