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수퍼보울' 우승반지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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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인가 오해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보석 반지를 하나 챙기는 바람에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유명 미식축구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로부터 받은 수퍼보울 우승반지(사진)다.

발단은 5월 25일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근 콘스탄티노프 궁전에서 빚어졌다. 대통령은 이날 미국 IBM.인텔.시티그룹 등의 경영진을 초청해 러시아의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했다. 축구단 구단주이자 제지.포장.투자 회사 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크래프트도 참석했다.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 도중 크래프트가 푸틴 대통령에게 다가가 수퍼보울 반지를 건넸다. 뉴 잉글랜드팀이 올 2월 미식축구 최종 결선인 수퍼보울 대회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받은 것이다.

수퍼보울 역사상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백금 반지에는 합쳐서 5캐럿 무게의 다이아몬드 124개가 박혀 있다. 수퍼보울 트로피 모양과 뉴잉글랜드 팀의 로고, '세계 챔피언'이란 영문자 등이 다이아몬드로 새겨진 것이다. 보석 가격만 1만5000달러(약 1500만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트는 푸틴에게 "수퍼보울 링이다. 아주 좋은 반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흥미롭게 살펴보던 푸틴이 갑자기 반지를 주머니에 넣고 기업인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 회담장을 떠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미국과 러시아 언론들은 크래프트가 실제로 반지를 선물하고 싶어했는지, 그냥 보여준 것뿐인데 푸틴이 실수로 가져 간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선물로는 너무 비쌀 뿐 아니라 옷이나 반지 같은 개인적인 물품을 선물하는 것은 관례에도 어긋난다"고 전했다. 이에 크렘린 측은 "크래프트가 선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크렘린 관계자는 "반지가 선물로 들어왔으며 다른 외국 선물들과 함께 크렘린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고 밝혔다.

파문이 확산되자 크래프트는 29일 뉴잉글랜드 팀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스포츠 애호가인 푸틴 대통령이 수퍼보울 반지에 깊은 인상을 받는 것을 보고 반지를 선물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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