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관련 결정 체니 손에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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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구독료를 받고 e-메일을 통해 워싱턴 정가의 소식을 전하는 '넬슨 리포트'의 크리스토퍼 넬슨(61)이 작성한 보고서 하나가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는 미국 정부 및 의회, 싱크탱크(전문연구소) 등의 한국 관련 인사 수백 명을 망라해 신상과 성향, 친소관계는 물론 일부 인사에 대해선 여자관계 등 사생활까지 분석한 것이다. 넬슨은 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를 위해 작성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또 "문건이 유출되면 나는 정치적 망명을 해야 한다"면서 보안을 강조했다.

문제는 넬슨 본인이 보관 버튼 대신 발송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지난 주말 이 문건이 e-메일 유료 구독자 800여 명에게 배달된 것이다. 넬슨은 "현재의 상황에선 사과가 불가능하며 자비를 구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다음은 문건 내용.

◆ 백악관과 부통령실=한반도와 관련한 모든 결정은 딕 체니 부통령 손에 달려 있다. 체니는 동조자 외에는 바깥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다.

스티브 해들리 국가안보 담당 보좌관은 레이건 시절 보좌관이었던 리처드 앨런과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의 의견을 듣는다. 마이클 그린 선임국장은 그레그 전 대사,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에게 자문하지만 정책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 국방부=국방부 내 한반도 정책에 직접 관여하고 세부적인 논의를 하는 일명 '리틀 테이블(Little Table)'의 고정멤버는 대변인인 로런스 디리타,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 피터 로드먼 차관 및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이다.

한국통이자 한국어에 능통한 롤리스 부차관은 자체적으로 코리아 팀을 운영한다. 마이클 피니건 육군 소령이 주한미군 재편 문제 등을 맡고, 스콧 피니 북한과장이 북한을 다룬다.

◆ 언론=뉴욕 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한국 정책과 관련, 종종 맞지 않는 기사들을 "고위 행정부 관리가 말했다…"는 식으로 쏟아낸다. 데스크가 요구하기 전에는 자신의 기사를 약화시킬 것 같은, 반대 입장의 전문가를 찾지 않는다. 워싱턴 타임스의 빌 거츠 기자는 '폭탄 투척자'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온건정책을 반대하는 반공 강경론자들의 연합인 '블루팀'의 에이전트 역할을 기꺼이 한다. 생어가 생략함으로써 부정직하다면, 거츠는 동조함으로써 부정직하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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