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심판 눈까지 훔치는(?) 대도 정수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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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모두 속았다. 속지 않은 것은 TV 중계 카메라뿐이었다.

두산-롯데전이 열린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진기한 장면이 나왔다. 롯데 공격이던 7회 초 1사 주자 1.2루에서 최준석의 우전안타 순간, 2루 주자 정수근이 3루를 거쳐 홈으로 뛰어들었다. 두산 우익수 임재철의 홈 송구는 정확했고, 태그아웃 타이밍이었다.

두산 포수 용덕한이 태그하려는 순간 정수근이 잽싸게 포수 뒤로 돌아갔다. 용덕한도 태그를 못했지만 정수근도 홈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용덕한이 다시 태그하려고 손을 뻗었고, 정수근은 몸을 뒤로 쭉 빼서 피하면서 홈플레이트로 슬라이딩했다. 원현식 주심의 두 팔은 양쪽으로 갈라졌다. "세이프."

용덕한은 "분명히 태그를 했다"고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더구나 기록원은 정수근의 득점을 용덕한의 실책으로 판정했다. 그런데 TV 리플레이에서는 용덕한의 오른손이 정수근의 허벅지를 누르는 장면이 생생히 보였다.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로 심판까지 속인 대도(大盜) 정수근. 훔치는 것은 물론이고 속이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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