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가벼운 접촉사고 났는데 치료비 200만원 넘는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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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교통사고를 냈다. 골목을 나와 큰길로 진입하던 중 급정거하는 택시 범퍼를 살짝 들이받았다. 택시 범퍼엔 승용차끼리라면 그냥 넘어갈 정도의 흔적만 남았다.

그러나 다음날 오후 놀랄 일이 벌어졌다. 전날 웃으면서 헤어졌던 기사가 허리가 아파 입원한다고 전화했다. 택시 수리비로는 8만원이 채 안 나왔는데 기사 치료비로 200만원이 넘는 돈이 지급됐다는 얘기를 나중에 보험사로부터 들었다. 이런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아마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해 봤다. 그러나 자꾸 의심이 든다. 보험회사에서 일당을 받으면서 며칠 쉴 겸해 입원한 건 아닌지, 또 그런 '환자'를 받아 병원 수입을 올리려 했던 건 아닌지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 양심적인 기사 분이 더 많으리란 것을 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예전처럼 택시 기사를 볼 수 없게 됐다. 이런 일을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는지 답답하다.

이창훈.경기도 군포시 산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