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호텔 불 났는데 "별 일 아니다" … 하마터면 죽을 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일본인 매제가 회사 동료와 한국을 찾았다가 서울 N호텔에 묵은 지난 19일에 겪은 일이다.

5층 객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자욱한 연기에 놀라 프런트에 전화했더니 종업원은 별일 아니라며 안심하라고 했단다. 그 얘기에 따라 한참을 기다렸더니 소방관이 와서 불이 났으니 빨리 대피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가 보니 한국 사람들은 벌써 밖에 있었고 일본인 관광객이 뒤늦게 허겁지겁 나왔다고 한다. 당시 연기가 자욱했는데도 화재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고 종업원은 계속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그날 화재로 두 명이 숨졌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사고 때 대피요령에 대해 평소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 그 핵심은 '지시'에 잘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제는 종업원이 괜찮으니 기다리라는 '지시'를 믿었고 한참을 연기 속에 있었다. 안전의식이 없는 종업원의 지시를 따르다 그는 결국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고 때 '지시'에 따르기보다 스스로 판단하는 게 현명하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해 줘야만 했다. 씁쓸했다.

최승훈.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