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교과서 저자를 유치하라|출판사들, 황금시장노려 혈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고교 검정교과서 확대·개편을 앞두고 전국4백50만중·고교생 독자를 겨냥한 1백여 출판사간의 교과서 저자 쟁탈전이 치열하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교과서 저자유치전담 직원들을 전국에 파견, 명문대학 저명교수, 중·고교에 영향력이 큰 학자나 교사, 학원강사등에 대해 유치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은 저자들에게 많은 액수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영어I·수학I등 책을 사야하는 학생이 많은 책의 저자에게는 l천여만원의 계약금이 선불되기도 한다.
저자유치에서 출판사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유치하려는 대상은 지난번 검정교과서의 저자들(2백40명정도). 이들이 만든 책이 검정에 합격되었기 때문에 실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대부분의 저자들이 전에 자신의 책을 출판했던 출판사와 인간적인 관계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할 경우 자신들의 출판사로 저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보고 유치활동을 펴고 있다.
출판사들 간의 이같은 저자유치경쟁은 77년부터 사용해온 중·고교의 검정교과서 18종과 새로 검정교과서로 추가된 11종(중학6종·고교5종)등 29종이 모두 개편돼 내년3월 검정과정을 거친뒤 84학년도부터 사용하게 됨에 따라 보다 인기 있는 교과서를 출판, 넓은 황금시장을 확보하기위한 몸부림이다.
더구나 이번에 개편되는 교과서는 중·고교용 국정11종이 검정으로 돌려지고, 실업계고교생들도 일반과목은 인문계 고교생들과 같은 교과서를 사용토록 돼 있어 검정교과서 독자폭이 종래의 1백만명 안팎에서 4백50여만명으로 늘어나 출판사들간의 경쟁은 그만큼 가열되고 있다.

<유치경쟁>
출판업계에 따르면 현재 저자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전국의 출판사는 1백여개사. 이중 39개사는 종래 검정교과서를 발행해온 기존교과서 출판사이고 나머지 60여개사는 이번에 검정교과서를 발행하려는 출판사들이다. 계약금은 영어·수학등 중요과목의 가장 인기있는 저자가 A급으로 5백만∼1천만원, 그밖의 과목의 인기교수는 B급으로 2백만∼5백만원, 그리고중·고교교사나 학원강사등은 C급으로 1백만원안팎.
저자의 인기도는 ▲학계는 물론 중·고교에 제자가 많아 판매에 도움이 되는 교수가 A급▲명문대의 지명도가 높은 교수가 B급 ▲그밖의 교수와 친구를 통해 판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교교사 또는 학원강사가 C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황금시장>
원고도 쓰기전에 현금으로 지급되는 계약금은 출판사로서는 일종의 모험이다. 검정에 합격하면 정가의 10%에 해당하는 인세로 상쇄할 수 있지만 검정에 탈탁될 경우 되돌려 받을수 없다.
게다가 검정과정에서 탈락률이 높을 경우 도산할 위험까지 없지 않다.
저자에게 주는 계약금까지 합치면 검정본 제작에는 1종에 2천만∼3천만윈이 소요되고 사회과부도나 미술등은 그 이상을 투입해야 하나 탈락된 뒤엔 한푼도 되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1백여개 출판사가 경쟁에 나선 것은 검정에 합격만 되면 그만한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
우선 일반도서의 경우 기껏 5천부에 머무르는 발행부수(평균)가 중학교의 경우 적어도 연간 50만부이상 1백만부의 판매가 5년이상(개정주기가 5년이상으로 돼 있다)보장되고 고교도 몇십만부가 확보된다. 거기다 교과서는 이윤이 평균 10∼15%선으로 제한되지만 이에 따른 자습서판권을 독점하게 되고 그 가격은 자율책정돼 정가의 30%정도에 이른다.
특히 영어의 경우 교과서녹음테이프 판권까지 갖게된다. <권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