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단 방임 마라" 남 "고위급접촉 대답을" … 전통문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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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북한 국방위원회가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전화통지문(전통문)으로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청와대 안보실은 27일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에 전통문을 보내 “법적 근거 없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관련 활동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안보실은 서해 군통신선을 이용한 전통문에서 “대북전단과 관련해 우리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5일 임진각에서 벌어진 보수단체의 전단 살포와 반대 단체·주민 간의 충돌사태에도 불구하고 물리력을 동원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정부의 개입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간 자율’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실은 전통문에서 “이미 남북이 개최에 합의하고 우리 측이 일시와 장소를 제의한 제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입장부터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황병서 북한군 총치국장 일행은 지난 4일 인천을 방문해 우리 정부가 8월에 제안한 고위 당국회담 재개를 수용했다.

 당시 북측은 “10월 말~11월 초 남측이 편리한 시기를 제시해 달라”고 했고, 정부는 30일 판문점 개최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북한은 전단 문제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교전사태 등을 문제 삼아 2주 넘게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은 26일 새벽 국방위 서기실 명의의 전통문을 안보실 앞으로 보내 왔다. 정부 당국자는 “전통문에서 국방위는 ‘보수단체가 25일 낮에 전단을 살포하려던 계획은 무산되었으나 남한 당국이 저녁시간을 이용한 전단 살포를 강행하도록 방임했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고위급 접촉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란 대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노동신문도 27일 현 남북 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면서 “남조선이 대화 상대방을 헐뜯고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도발적 언행을 계속한다면 북남 관계의 대통로는 고사하고 열린 오솔길마저 끊기게 될 판”이라고 말했다.

 이에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2차 고위급 접촉은 남북이 합의한 대로 개최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일부 보수단체가 또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전단 살포를 몸으로 막아서고 있는데 정부만 무사태평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북전단에 관여한 4개 단체가 총리실로부터 수억원의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원금을 받은 단체로 지목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4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전단 살포 단체에 소속되지 않았고 북한 인권 개선 등의 항목으로 절차에 따라 보조금을 받았을 뿐이며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은 27일 통일부 청사를 방문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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