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대표는 대북특사 불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7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국내외 정세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7일 "정부가 있고 나는 야당대표인 만큼 특사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대북특사로 활동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대표의 발언은 "정부가 대북특사 제안을 하더라도 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최근 그의 관련 발언 중 가장 부정적이다.

박 대표는 지금껏 꾸준히 제기돼온 대북특사설에 관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역할이 있다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박 대표의 입장 변화에 대해 한 핵심당직자는 "대북특사라면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하는데 야당대표가 그럴 수 있겠느냐"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한다는 박 대표의 입장엔 변화가 없지만 그 형식이 정부의 대북특사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는 대북지원과 관련해 "인도적 차원에서 북측에 식량과 비료 등을 지원하되 우리도 북한에 인도적 답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며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의 생사확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정부가 이와 관련해 북한에 할 말을 하고 북한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정부가 당당하게 처리하지 못해 북한의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선 "6자회담의 5개 당사국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에는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북.미수교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반면 핵개발을 강행할 땐 냉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믿을 만한 협상 대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2002년 나와 만난 자리에서 한 약속들을 거의 다 지키거나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상대가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외교적 능력"이라고 말해 정부의 대북 외교능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2007년 대선 전망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국민을 세 번 실망시킬 경우 설 자리가 없다"며 "대선 승리는 한결같은 마음을 갖고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달린 일"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