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시련의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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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영국과 홍콩의 금융감독 당국이 잇따라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또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다음 달 영국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헤지펀드 규제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어서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주목된다.

이처럼 헤지펀드 규제 조치가 나오는 것은 미국 1위의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의 실적악화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여기에 투자했던 헤지펀드가 잇따라 파산하며 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최근 홍콩 내 10여 개 헤지펀드의 차입금 등 재무 상태와 운용 상황 파악에 나섰다. 헤지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데도 새로운 헤지펀드들이 계속 설립되고 있어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SFC의 설명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SA)도 지난주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350개 헤지펀드 중 시장 영향력이 큰 15~25개 헤지펀드를 내부자 거래와 시장 조작 혐의 등으로 조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최대의 증시인 런던증시 하루 거래량의 30~40%가 헤지펀드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이들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헤지펀드를 규제하지 않았던 싱가포르 통화감독청도 "다음 달 1일 개정 증권거래법 시행 이후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감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파생상품 거래로 큰 손실을 본 싱가포르의 아만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도산한 데 따른 대응조치다.

헤지펀드 자문회사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전 세계 헤지펀드 수는 8050개, 운용자산은 9340억 달러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헤지펀드의 수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투기적 수요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헤지펀드가 활성화되면서 헤지펀드의 돈을 굴리는 펀드 매니저들의 평균 연봉도 훌쩍 뛰어올랐다. 애널리스트 자격 인증기관인 영국 CFA연구소가 펀드 매니저 89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최근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평균 연봉은 34만4000달러로 일반 펀드 매니저(21만7000달러)보다 50% 이상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원배 기자

◆ 헤지펀드=조세 피난처에 근거지를 두고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파생금융상품 등 고수익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고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도 뮤추얼펀드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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