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부 출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체육부가 오늘(20일) 드디어 발족됐다. 이로써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치를 준비작업이 골간을 이룬 셈이다.
국민체육의 진흥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양대 스포츠축전을 눈앞에 둔 우리로서는 이것이 매우 절실한 문제로 대두됐다.
더구나 스포츠 진흥이 한 개인의 기호로 좌우되기에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충분한 운동장과 경기의 조직화를 통한 질서유지, 그리고 체육의 과학화를 위해서는 이를 통괄할 정부기구가 꼭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체육부의 신설은 큰 뜻이 있으며 그만큼 앞으로 이룩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치르느냐가 초미의 급선무다. 이미 정부는 적은 경비로 내용있는 대회를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러려면 개최에 따르는 조직과 운영방안에 대해 철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막대한 경비가 드는 올림픽의 경우 대회가 끝난 뒤에 생기는 부작용은 이미 몇 나라에서 보아온 터이다. 과다한 재정압박과 경기시설의 유휴화, 사회기강의 이완 등은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대책이 있어야된다.
체육부에 하루 앞서 발족한 올림픽대회 서울시 추진위원회는 이런 점에서 체육부를 측면지원하는 중요한 일을 맡아야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의 모습이 온통 달라질 것처럼 서두를 것이 아니라 무엇이 우선 과제인가를 가려 차근차근 추진해야할 것이다.
올림픽과 국민체육진흥은 물론 깊은 관계가 있으나 대회가 끝난 뒤라도 체육부의 할 일은 많다.
여가선용의 한 방안으로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다. 그러나 스포츠와 스포츠맨십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피상적이다.
승부에만 집착하는 직정적 스포츠관은 시정돼야 한다. 스포츠는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하게 임할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이것이 외면당하면 한 낱 투기밖에 안된다. 따라서 체육부는 스포츠교육에 보다 힘써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심신을 건전하고 품위있게 기르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학업을 외면하는 학교체육의 왜곡된 현질이라든가 자질이 의심스러운 프로 스포츠인들의 비리도 체육부의 간섭 아닌 지도로 시정돼야할 것이다.
또 한가지 국제적인 스포츠교류의 중요성을 망각할 수 없다. 미국과 중공의 해빙이 탁구경기의 교환으로 이루어진 것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스포츠교류는 체제와 이념의 장벽을 넘어 국가·민족간의 마음을 트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있다.
더구나 우리는 남북 단일 팀 구성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안고 있다. 북에 대한 여러 차례의 제의가 거부당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과제는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다. 남북간의 스포츠교류는 단순한 스포츠차원이 아님은 우리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체육부의 발족의 계기로 대북스포츠교류는 물론 공산권과의 문호를 여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인류의 축전이 한국 땅에서 열리고 이를 뒷받침할 체육부의 신설은 국민의 체육진흥을 위해 획기적인 사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체육행정인과 체육인은 물론 천체 국민의 정진을 당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