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의 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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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쁜 재료를 가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경제는 우수한 노동력의 산물이다. 그 「노동력의 질」은 바로 교육이 담당한다.
미국의 교육은 지금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교 상급반학생이 치르는 학력적성시험(SAT)성적은 지난 18년 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달려왔다. 81년의 성적은 더 내려가지는 않았기만 오르지도 않았다.
올해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상은 못하고 있다. 81년의 성적이 내리막길의 마지막을 뜻하는 것인지, 혹은 일시적 정지인지 아무도 모른다.
특히 수학과 과학교과성적은 형편이 없다. 그건 수학교사나 과학교사가 봉급수준이 더 좋은 일반기업체로 옮겨가기 위해 학교를 떠나기 때문이다. 고교중 수학교사가 없는 경우도 숱하다.
그러니까 일본제품이 미국제품보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기술자의 생산생도 높다는게 이상할 게 없다.
사실상의 문맹도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 뉴욕시에서 실시한 전화교환원시험에선 두 사람중 하나가 부적격이었다. 학교가 과학기술 능력은커녕 체대로 말을 하는 능력조차 가르쳐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제로 섬 사회』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의 경제학자 「레스터·더로」도 최근 뉴스위크지 칼럼에서 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련의 스푸트니크가 지구궤도를 선회할 때 그것이 미국에 준 충격은 심각한 것이었다. 그건 극히 특수한 과학분야의 패배였지만 그 패배의 충격은 미국을 분기시켰었다. 인력배양을 위한 각종계획이 수립되고 예산도 막대하게 투입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이 제일 먼저 달에 도달하자 그 모든 교육훈련계획이 다시 흐지부지됐다.
그 결과는 80년대의 기술·경제면의 패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레이건」행정부는 연방정부의 교육훈련계획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예산에서도 그렇게 나타나있다.
그것을 「더로」는 신랄하게 비꼰다.
『공급측면의 경제학을 신봉하는「레이건」행정부가 인적요소가 경제적 성공에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는 건 야릇하다.』
실상 「레이건」정부는 올해 대학보조금과 장학금을 25% 삭감했다.
그래도 이번 회계년도에 학생에 대한 보조금은 모두 1백10억달러(7조7천억원)가 지출된다.최대의 장학제도인 보증학생대여(GSL)로 77억달러가 3백50만 대학생에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그 대여금은 극빈도를 따지고 금리도 9%로 올려 까다롭게 지급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교육평의회의 「재크·펠더슨」회장은 『대학의 문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열려있다는, 지난 5년간 지켜져 온 원칙을 지금 정부가 파기하고 있다』고 흥분한다.
예산절감을 주장하는 「레이건」정부의 교육투자삭감은 미국에서 비판을 받고있다.
눈을 안으로 돌려 우리정부가 과연 국가발전의 미래상을 그리며 인력양성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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