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번져가는 미 앞마당의 불길 |중남미 사태 각국의 현황과 미국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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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의 앞마당이라 불리는 카리브해 연안지역이 좌익세력의 대규모공세, 군사정부의 탄압, 양민학살, 쿠테타미수, 정치폭동등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어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카리브해연안 중남미지역의 정정이 불안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fp이건」행정부의 군사 및 경제원조의 확대, 니카라과에 대한 미CIA의 특공작전 계획등 강경한 중남미정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좌익세력의 공세는 더욱 치밀해지고 있어 불안의 정도는그 어느때 보다도 높다. 이와함께 워싱턴 정가 및 외교가에서는 『먼로·독트린에 대한 위협』『제2의 베트남사태』『도미노이론의 시험대』라는 심각한 우려가 나돌고 있으며 미국내의 종교계 학계등 각종 사회압력 단체들로부터 미국의 중남미사태 개입에 대한 항의가 백악관에 잇따르고 있다. <외신부>

<배경>
「레이건」행정부로서는 중남미문제가 「카터」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골치아픈 유산중의 하나다. 니카라과가 산디니스타좌익세력의 손에 넘어간 것도 「카터」재임중이었고,현재 중남미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엘살바도르에 대한 좌익의 공세가 본격화된 것도 「카터」의 임기가 끝날 무렵이었다.
「카터」임기만료 10일을 앞두고 엘살바도르의 좌익세력이 『마지막 공세』를 펼친 것도「힘의 정치」를 주장한 보수파 「레이건」대통령이 들어서기 전에 대세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마지막 공세는 「카터」대통령이 임기만료 11시간전에 내린 마지막 결단, 즉 공격용 무기제공가 군사고문단파견을 골자로 한 대엘살바도르 비상군사원조 조치때문에 실패로 끝났고, 「두아르테」대통령은 합동작전에 기사회생했었다.
엘살바도르는 「레이건」대통령이 들고나온「대소 힘의 우위」외교정책의 첫번째 시험대였다.
「레이건」행정부 탄생직후 첫번째로 정책결정이 요구됐던 것이 엘살바도르 사태였으며「레이건」행정부는 「카터」결정의 5배가 되는 2천5백만달러의 군사원조와 군사고문단 55명 증원을 결정했었다.
「레이건」행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베트남에서처럼 진퇴양난의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중남미에서 영향력회복에 전심전력하는 까닭은 이지역이 전통적으로 미국의 세력권이었다는 과거의 감상적인 사실이외에 「메이그」미국무장관의 말처럼 문제의 좌익세릭의 배후에 소련과 쿠바가 도사리고 있고 이 지역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행정부는 엘살바도르 사태를 단순한 국내문제로 보지않고 동서대결의 산물로 보고 있으며 그러한 맥락에서 엘살바도르는 전세계적인 공산주의팽창운동의 희생물이 되고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무성은 작년 엘살바도르에서 입수한 각종문서와 정보를 토대로 『엘살바도르에서의 공산세력의 개입』이라는 백서를 만들어 전세계에 배포했었다.
카리브해연안 중남미지역은 「레이건」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미주기구(OAS)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지적했듯이 미국의 경제적·군사적·정치적 국가이익에 『매우 중요한 전략지역』이며 특히 카리브해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전략물자·석유·무역상품이 통과하는 대동맥이다.
멕시코와 베네쉘라의 유전지대, 그리고 미국의 태평양·대서양함대의 연결지점인 파나마운하는 미국이 결코 포기할수 없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경제적 환경을 고려할때 미국은 중남미의 좌경화가 더이상 번지지않게 하고 좌익세력의 근거지인 니카라과와 쿠바를 봉쇄할 적극적 정책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이 엘살바도르를 시험대로 삼고있는 것은 엘살바도르가 일단 무너지면 다음 공격목표가 될 과테말라가 너무 넓고 산악지대가 많은등 게릴라활동에 적합한 지형이어서 좌익세력을 저지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눈에 비친 것처럼 공산세력의 개입이 이지역 불안요소의 전부는 아니다.
멕시코와 파나마 사이에 있는 중미5개국은 전통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사회적 불안요소를 안고 있었다.
엘살바도르의 14패밀리(가문)로 대변되는 일부 극소수 대지주계급이 코스타리카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보수군사 독재정부와 손을 잡고 국부의 대부분을 독점해 왔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좌익세력저항의 온상이 되었고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데올로기 혁명의 바탕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중남미지역의 소요와 불안은 오늘도 내일도 끊이질 않을 것이다. 미국의 골칫거리이자 세계의 새로운 화약고가 될지도 모를 중앙아메리카5개국의 현황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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